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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 Technology

귀족 생선 자바리, 이제는 기른다

  • 조회 : 2866
  • 등록일 : 2015-12-04
귀족 생선 자바리, 이제는 기른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특성연구센터, 양식용 대왕자바리 교잡종 개발 성공

 

“양식물고기라고 다를 것은 없어요. 자연산이나 양식이나 종은 같으니까요. 양식 과정에서 투여하는 항생제와 같은 물질들이 문제가 되곤 하는데, 양식장에서는 출하 3~4주 전부터 항생제 투약을 하지 않습니다. 그 기간 동안 항생제는 몸 밖으로 배출되지요. 자연산의 육질이 좋다고는 하지만 운송과 보관 과정에서 양식산의 지방 함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는 큰 차이가 없어요. 오히려 철에 관계 없이 연중 좋은 품질의 물고기를 즐길 수 있으니 장점이 많지요. 이번 성과는 양식이 쉽지 않던 고급어종을 계절 관계 없이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노충환 박사가 육종에 성공하여 수출까지 한 대왕자바리(왼쪽)과 대왕붉바리(오른쪽). 
둘 모두 고급어종인 자바리와 붉바리의 교잡종으로 고부가가치 양식어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동해특성연구센터는 동해 임해연구의 거점으로 동해의 해양환경과 생태계 변화 등 동해의 특성을 파악하고 원전 온배수나 해양심층수 같은 해수자원을 활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곳에서 그는 최고급 어종 중 하나인 자바리의 교잡품종을 개발하여 이를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이 개발한 양식어종, 세계 시장을 노리다

자바리는 다금바리로 종종 오인되곤 하는 생선으로,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어종이다. 특히 중화권에서 소비가 많다. 그러나 국내에서 잡히는 자바리는 열대성 어종으로 온대 바다인 우리나라의 연안에서는 월동이 어려워서 양식하기가 쉽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 자바리 양식이 조금씩 시도되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긴 하지만, 열대 지방에서 양식한 어류에 비하면 성장이 느려서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이에 해양수산부의 지원으로 KIOST의 동해특성연구센터를 중심으로 목포대, 순천향대, 청솔수산이 합류하여 구성된 ‘골든시드 프로젝트 사업단’의 연구를 통해 수출경쟁력이 높은 자바리의 우량종자를 개발해냈다. 노 박사는 자바리와 붉바리 알에 대왕바리 정자를 수정시켜서 한국의 바다에서도 잘 자라는 자바리 품종을 만들었다. 붉바리는 중화권에서 고가로 거래되는 생선으로, 자바리와 마찬가지로 ‘바리과’에 속하고, 대왕바리는 생장이 빨라 몸무게 400kg까지 자라는 생선이다.

이번에 개발된 대왕자바리는 성장이 빠르고 수온 변화에 내성이 높았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온대 바다에서도 생산성 높은 양식이 가능해짐에 따라 중화권을 중심으로 높은 수출 실적이 기대된다.

 


이번에 개발된 바리과 종자들이 대만에 수출을 앞두고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노 박사가 주도하여 개발한 대왕자바리는 양식 시험을 마치고 지난 11월 17일, 총 6만 마리가 해운을 통해 수출됐다. 해양수산부는 대왕자바리 외에도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여 국내 수산종자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세계 종자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여 2021년까지 5,600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할 예정이다.

지금과 같은 성과가 금방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2008년, 울진의 동해연구소가 문을 연 당시만 해도 노 박사는 연구활동에 많은 곤란을 겪고 있었다. 어류 육종이 전문 분야였음에도 안산의 KIOST 본원에서 연구하는 동안에는 물고기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갖추기 어려웠다.

 

 

울진에서 찾은 기회                 

노 박사에게 울진의 동해연구소 발령은 가뭄의 단비였다. 울진은 동해의 표층수와 심층수는 물론이고 지하수, 한울원자력발전소(이하 한울원전)에서 나오는 온배수까지 모두 끌어다 쓸 수 있어 어류 육종을 연구하는 데는 최적의 입지였기 때문이다.

 

 

“동해는 해안선이 단조롭고 암반지형이나 모래해안이 잘 발달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고 깊은 바다기도 하지요. 주로 난류만 오가는 서해나 남해와 달리 난류와 한류가 만난다는 점도 큰 특징입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바다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깊이가 깊기 때문에 200m 이상의 심해생태계가 잘 발달했지요.”

국내 해양 연구가 연안환경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동해에 대해서는 연구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동해는 서해와 남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명태 등 냉수성 해양식량자원이 풍부하다. 게다가 최근 수온이 상승하면서 제주도에 서식하는 아열대성 고급 어종도 북상하고 있어 앞으로의 연구가 기대되는 곳이다.

“동해에 수산자원이 풍부하기는 하지만 양식이 쉽지는 않아요. 파도가 강하고 수심이 깊어서 소규모 육상양식장만 운영되는 수준이지요. 그러나 최근 큰 파도를 견딜 수 있는 해상가두리 양식시설이 개발되면서 관련 사업이 진행중입니다.”

사실 한국의 연안은 수온 변화가 크기 때문에 양식에 그리 양호한 조건은 아니다. 겨울철에는 넙치나 우럭, 참돔, 돌돔과 같은 어종의 성장이 둔화되거나 폐사하는 경우도 있고, 여름철에는 바다송어나 연어가 자라기에 불리한 여건이다. 적조나 태풍 피해도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특히 동해는 차가운 물이 갑작스레 출몰하는 일이 많아 양식장 관리가 어렵다.

그러나 거칠고 차가운 북극해에서 대서양연어를 양식하는 데 성공한 노르웨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각 해역의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면 다양한 특화 품종을 양식할 수 있다. 노 박사가 동해에 주목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노 박사는 동해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울진에 도착하자마자 물고기 육종 전문연구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가장 관건은 다양한 어종을 육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따뜻한 물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였다.

 


동해특성연구센터는 원전온배수를 활용한 양식사업을 울진군, 한울원전과 함께 논의중이다. 
사진은 원전온배수 활용을 위한 설명회.

“동해에서 양식 연구를 하려면 따뜻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줄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발전소의 온배수였습니다. 마침 울진에는 한울원전이 있어서 온배수를 쉽게 얻을 수 있었어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발전 온배수는 방사능 오염 위험이 없기 때문에 양식에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지요.”
발전소의 온배수는 주변 바다에 비해 온도가 약 7~8℃ 정도 높아 겨울에도 양식 물고기가 원활하게 성장하게 한다. 이를 이용하여 80년대 중반부터 삼천포화력발전소, 보령화력발전소, 한빛원자력발전소,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시범 양식설비가 운영되어 여기서 양생된 치어를 정기적으로 방류하여 수자원 보호에 일조하고 있다. 현재 동해연구센터는 이웃한 한울원자력발전소의 온배수를 활용하여 대규모 상업양식장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동해연구소 연구원들이 ‘로젯 샘플러’를 바다 밑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로젯 샘플러는 아래위로 열려 있는 원통형 장비를 원하는 깊이까지 넣어 바닷물을 채취해 온도, 염분, 용존산소량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외해 양식에서는 일정한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실험에 꼭 필요한 장비다.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인류의 문명은 농경으로부터 시작됐다고들 한다. 그러나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류가 수렵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이 있으니, 바로 바다다.

“우리가 먹는 소나 돼지들은 오랜 세월 동안 품종이 개량된 결과물입니다. 들소와 소, 멧돼지와 돼지는 조상이 같지만 그 특징이 확연히 다르죠. 눈으로 대충 보아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에 비해 물고기는 육종의 역사가 50년 정도로 매우 짧아요. 육지에서는 벌써 수천 년 전부터 해 온 ‘키워서 먹는다’는 개념이 바다에 대해서는 없던 것이지요.”

불과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바다에서 잡아올리는 물고기들은 마르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남획이 계속되면서 연안에서 보기 힘든 어종들이 많아지고 있어, 어민들의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다행히도 시작이 늦기는 했지만, 기술과 학문의 발전으로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의 전환은 빠르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노 박사가 이번에 대왕자바리를 육종하는 데 사용한 방법은 교잡이다. 물고기 육종에는 성전환, 배수체 생산, 형질전환 및 선발과 같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현재 동해연구센터에서는 아열대 바다에 서식하는 바리과 어류를 교잡하는 실험을 진행해 오고 있다.

“교잡은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종류의 물고기를 교배하는 방법입니다. 두 종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서 양쪽의 장점만을 물려받은 개체를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향어 같은 민물 어종에서는 성공적으로 적용된 바 있지만 바다물고기 대상으로는 아직 상업화되지 않았어요. 이번 성과를 통해 대량 양식이 가능한 교잡 어종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죠.”

가장 중요한 관건은 양식어종의 ‘건강’이었다. 양식어의 시장성을 확보하려면 짧은 시간에 빠른 성장을 보여야 하고 제한된 공간 내에서도 폐사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한다. 또한 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몸의 형태나 색상도 우수해야 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탄생한 대왕자바리와 대왕붉바리는 성장도 빠르고 외모도 우수하여 상품가치가 높다.

이번 성과는 시작일 뿐이다. 노 박사는 동해에도 대규모 양식장이 설치되어 기르는 어업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외해 가두리양식장의 구성. 경북도는 동해안 자원 활용을 위해 외해 양식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어업생산량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어요. 동해에서는 이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죠. 국내 연안에서 명태는 더 이상 잡히지 않고 대게나 홍게의 생산량도 줄어들고 있어요. 잡는 어업에만 의존해서는 어민들의 소득을 보장하기 어렵죠. 결국 기르는 어업, 양식만이 대안인 셈입니다.”

그가 요즘 주목하는 곳 중 하나는 울릉도다. 울릉도 연안은 물이 차고 바다가 험하여 양식에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외해 가두리 양식도 가능해졌다. 울릉도 연안에서 생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어종을 개발한다면 울릉도 어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발전소 온배수를 이용한 양식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울원전 및 울진군과 함께 계획중인 온배수 양식 사업은 한때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2014년에는 20억 원 투자가 확정되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동해특성연구센터와 노 박사가 발전 온배수를 이용한 양식에 다양한 기술과 경험을 보유한 만큼, 이번 성과와 결합되면 향후 울진이 바리과 양식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1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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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