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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 Technology

고래는 무얼 먹고 사는가?

  • 조회 : 7467
  • 등록일 : 2010-06-22
심해해저자원연구부 주세종 선임연구원


▲ 밍크고래와 참돌고래(출처: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제공)

해양에는 작은 동·식물 플랑크톤부터 큰 해양포유류까지 다양한 크기의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보통 밥상에서 볼 수 있는 멸치, 고등어, 꽁치 등의 어류들이 우리나라 근해에 서식하고 있는 해양생물의 전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근해에는 이 뿐만 아니라 8과 35종의 수많은 고래(수염고래 3과 8종, 이빨고래 5과 27종)가 서식 또는 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고래들은 무얼 먹고 살까?

지난 십여 년간 먹이추적자 바이오마커(dietary biomarker)를 이용하여 크릴, 동·식물 플랑크톤 등 작은 생물들의 섭식 생태에 관하여 연구해 왔지만, 고래와 같이 큰 해양 생물에 대해서는 다루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해양포유류가 먹이망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2008년 여름부터 생화학적 기법(지방산 바이오마커, 동위원소 분석 등)을 적용하여 해양포유류의 식생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였다.

국내에는 국립수산과학원의 산하 기관인 고래연구소에서 다양한 해양포유류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추진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개체군 분포와 풍도를 파악하기 위한 목시조사 정도만이 수행되고 있다. 비록 연구기능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해양포유류를 연구하는 기관이 별도로 있기 때문에 타 연구기관에서 해양포유류를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에는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있었다. 그 예로는 연구비 확보, 시료 및 보조 자료의 공유, 기관간의 협력 및 정보교환 등을 들 수 있으며, 특히, 국내에서는 국제포경위원회(IWC)의 규정에 따라 포경이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혼획된(by-catch) 고래의 시료에 대한 연구만이 가능하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고래연구소와의 협력을 통해 여러 지역에서 혼획된 지난 몇 년간의 밍크고래, 낫돌고래, 참돌고래, 큰돌고래의 시료를 확보하여 본격적인 해양 포유류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 목시조사: 해상에서 고래를 식별하기 위하여 맨눈으로는 1km 이내, 망원경으로는 2km 이내로 접근하여 관찰 및 사진촬영을 하는 조사 방법

북서태평양과 인접한 우리나라 근해에는 많은 종류의 해양 포유류가 서식하고 있다. 대표종으로는 밍크고래, 큰돌고래, 참돌고래 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들은 각기 다른 방법(밍크고래 - 수염으로 크릴을 포함한 작은 생물을 여과하여 섭취; 돌고래류 - 이빨로 큰 어류 또는 갑각류를 포획하여 섭식)으로 다양한 형태의 해양생물을 먹이로 섭취한다(그림 참조). 해양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해양포유류의 식성 생태에 관한 연구는 해양생태계 먹이망에서 포유류의 역할과 기능을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할 뿐만 아니라, 어업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데도 중요한 열쇠가 된다. 또한 생태계 연구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먹이망 구조를 파악하기 위하여 우선 생물들의 섭식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연구자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섭식관계를 연구해 왔다. 과거에는 해양 생물의 먹이를 파악하기 위해 생물을 해부하여 위 속에 남아있는 먹이를 관찰하거나(위 내용물 분석), 실험실에서 주어진 먹이환경 하에서 실험을 실시하여 섭식관계를 이해하고자 노력하였다. 포식자에 의해 섭취된 먹이 중 섭취한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단단한 종류의 먹이는 소화가 느려서 위 속에 오랫동안 남아있어서 위 내용물 분석을 통해 직접적으로 먹이의 종류와 크기를 확인할 수 있지만, 부드러운 먹이나 오래전에 섭취한 먹이는 이미 소화되어 거의 직접적인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실험실 섭식 실험은 먹이 섭식율이나 선택성 등에 대한 자세한 섭식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주어진 먹이환경 조건에서의 실험이기에 아직 자연조건 하에서의 섭식관계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 특히 해양포유류처럼 대형 생물에 대한 섭식 실험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실험공간을 필요로 하기에 더더욱 어려움이 있다.



▲ 고래 종류별 먹이(Gaskin, 1982)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이 요구되어 왔다. 그 중 지방산 바이오마커나 동위원소 분석 등의 생화학적 기법을 도입하여 해양생물의 섭식관계와 먹이망 구조를 파악하는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방법들을 통하여 포식자가 자연 조건하에 섭취한 먹이를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먹이로부터 포식자에게 흡수된 영양분(지방산)이 생체 내에서 변형, 합성, 축적, 분해되는 과정까지도 추적할 수 있는 분석기법까지도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생화학적 기법을 적용하여 해양포유류의 식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아래 그림은 현재까지 연구된 우리나라 근해에서 혼획된 밍크고래 피하지방층의 지방산 분석 결과로서, 피하지방층의 지방은 대부분 트리아실글리세롤(triacylglycerol)이며, 이를 구성하는 지방산은 그림에 나타난 것과 같이 층별(내층~외층)로 그 구성과 함량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방산 성분 중 18:1(n-9)와 16:1(n-7)은 생리적 필요(보온 및 에너지 저장)에 의해 외피에 가까울수록 그 함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더불어 안정동위원소 비 분석을 통해, 밍크고래의 주 먹이원은 크릴이나 멸치와 같은 작은 생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양생태계에서 각 먹이단계 간(피식자-포식자)에는 질소 안정동위원소 비(δN15가 3~4‰ 정도 증가함.



▲ 밍크고래 피하지방층의 층별 지방산 구성


▲ 밍크고래와 먹이생물의 질소 안정동위원소 비

이러한 연구는 과거의 해양생태계 구조 변동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향후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환경/생태계 변동이 최상위 포식자(해양포유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해양포유류에 대한 연구가 미진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해양포유류의 연구용 생체(biopsy) 시료의 확보이다. 현재처럼 혼획된 시료만을 활용한다면 연구범위나 내용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따라서 향후 국내에서도 다양한 해양포유류 연구를 위해 해양포유류를 보호하며 최적의 시료를 얻을 수 있는 시료채집방법(예, 현장에서 화살을 이용한 생체 시료 채집; 그림 참조)을 적용한다면 국내 해양포유류 연구를 더욱더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 현장에서 화살을 이용한 생체(biopsy) 시료 채집 모습
(출처: www.ccpo.odu.edu/Research/globec/iwc_collab/tissue.htm)

 

201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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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