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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 Technology

북서태평양 심해로의 자치어 탐사 여행

  • 조회 : 12745
  • 등록일 : 2008-07-24


해양생물자원연구부 김 성 선임연구원

 북서태평양에서 수행중인 대양탐사 “북서태평양이 한반도 주변해(대한해협)에 미치는 영향 연구”의 일환으로 난자치어 분야의 현장조사가 2008년 6월 2일부터 7월 12일까지 두 차례의 일정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1차 조사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2008년 현장탐사는 2006년과 2007년의 경험을 토대로 새롭게 구상을 해야만 했다. 기존에 사용했던 IKMT형 자치어 네트가 너무 무거워 다루기가 어렵고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네트 망목의 길이는 20m로 매우 길지만 여과 효율 때문에 줄일 수는 없었다. 무게가 300kg이나 되는 네트 프레임의 무게를 줄인다면 네트를 투망하고 인망 하는데 동반되는 여러 위험 요인들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네트 프레임의 무게는 네트가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작정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네트 프레임의 무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우리나라 전통의 쟁기와 방패연을 떠올렸다. 네트 프레임의 무게를 줄여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속에서 연을 날리는 것처럼 네트 프레임의 구조를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자 연구노트에 개략적인 스케치를 했다. 처음에 생각했던 모양은 원형과 사각형이었다. 구조적인 안정성을 위해 원형을 생각했으나 제작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사각형의 프레임으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물속에서 네트는 하늘을 나는 연의 반대 방향 즉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유도하는 역할은 쟁기로 밭을 갈 때 흙을 측면으로 밀어내는 쟁기의 날 모양을 닮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저층 트롤에서 네트를 좌우 수평으로 벌려주는 일종의 전개판과 같은 역할을 하도록 말이다.

 네트 프레임의 개념 설계를 끝내고 시화공단의 공장에 제작을 의뢰하기 전 나무젓가락으로 네트프레임의 기본 형상을 만들었다. 현장 적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 곧 바로 네트 프레임 제작을 위해 계약을 했다. 그러나 공장의 업무량 폭증으로 프레임 제작을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5월 1일에 공장의 사정으로 인해 제작을 할 수 없다는 팩스 한 장이 날라 왔다. 일방적인 계약 파기였다. 네트 프레임이 제작되면 온누리호의 시험항해 동안에 안정성을 실험한 후 발견된 미비점을 보안할 계획이었다. 계약 전후로 시장의 원자재 값의 폭등이 이어졌다. 온누리호의 시험항해에서 새롭게 제작한 네트의 안정성을 사전에 점검하는 것은 이제 포기를 해야만 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만 했다.

 시험항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역학적인 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설계를 다시 시작했다. 네트 프레임의 설계를 광주에서 다시하게 되었고, 설계를 도와줬던 분의 도움으로 광주에서 제작을 결정하였다. 네트 프레임 설계도를 들고 광주의 하남공단을 찾아 설명을 하고 제작을 하게 되었다. 처음 계약을 했을 때보다 원자재 값은 배 이상 상승했다. 신문과 방송의 내용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광주의 제작자는 해양장비를 만든 경험이 없지만 네트 프레임의 설계 도면대로 제작을 하면 쉬운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나의 오판이었다. 간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네트 프레임의 제작을 위해 도면을 설명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여러 번의 전화통화와 현장 방문을 거쳐 네트 프레임을 제작하는 동안  내가 생각했던 구상과 일치하는지 그리고 문제점은 없는지를 살폈다.

 2008년 대양탐사를 위한 장비의 선적일이 5월 28일로 결정되었다. 27일 광주를 방문하여 네트 프레임을 화물차에 싣고 28일에 장목으로 옮길 계획이었다. 그러나 제작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했고,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내 눈에 보였다. 조립의 편리성, 운반의 편리성 등 몇 가지 문제점들의 수정이 필요했다. 남은 시간은 이제 4일이었다.

 6월 1일 오전 광주에서 화물차에 짐을 싣기 직전에 완성된 네트 프레임의 윤곽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다. 또 문제점이 발견됐다. 수정이 필요했지만 일요일이어서 자재를 구할 수 없었다. 과연 미완성이고 불안정한 상태의 네트 프레임을 이용해서 조사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더 이상 보완을 할 수 없기에 차에 짐을 실었다. 좁은 화물차를 타고 가기는 싫었지만 네트 프레임의 불안정한 구조가 뇌리를 떠나지 않아 화물차에 동승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그러한 불안한 감정이 사라지지 않겠지만, 어쨌든 화물차를 타고 광주의 공장을 나서는 순간 화물차의 엔진 소리가 경쾌하지 못하고 어딘가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날마다 업으로 사는 사람들이기에 차가 고장이 나면 당장의 생업에 지장이 있을 것이므로 자동차의 정비는 잘 했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을 했다. 

 남해고속도로를 한 시간여 달려 전라남도 승주군을 지날 무렵 자동차 엔진의 불안정한 소리는 더욱 뚜렷해졌다. 자동차 점검을 위해 승주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려면 아직 한참을 더 가야했다. 결국 톨게이트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중간에 자동차가 멈춰 섰다. 네트 프레임 제작 공장의 계약 취소, 재계약, 재설계, 운반 등 여러 가지 악재들로 인해 새로 제작한 네트로 탐사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더욱 커졌다. 비록 대안으로 준비한 소형의 자치어 네트를 사용하면 되지만 네트를 새롭게 제작하려고 쏟아 부은 시간은 물론 사용된 연구비(국민 세금)가 얼마인데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남해고속도로의 응급상황실을 경유하여 가장 가까운 정비소에 차량의 견인을 부탁했다. 견인차는 30여분이 지나서 도착했다. 차를 승주 톨게이트 부근의 정비소까지 견인을 했다. 네트 프레임을 운반할 차량을 다시 불렀다. 한 시간 뒤에 새로운 화물차가 도착했고, 견인차의 도움으로 네트 프레임을 옮겨 실은 후 다시 승주를 출발하여 장목으로 향했다. 섬진강 휴게소에서 늦은 점심을 운전사와 함께 했다. 식사를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좌불안석이었다. 장목에 도착해서 네트 프레임을 창고에 내려놓았다.  

 6월 2일 온누리호의 출항일, 출항하자마자 새로 제작한 네트 프레임의 성공여부를 확인하는 날이기에 무척 긴장되었다. 창고의 네트 프레임을 지게차로 온누리호까지 운반한 후 크레인으로 갑판위에 올려놓았다. 온누리호가 출발하자마자 우리나라 근해부터 작업을 하기 때문에 네트 프레임을 조립하고 거기에 그물을 묶어야 했다. 네트 프레임을 조립하기 시작을 했다. 조립이 잘 되지 않았다. 공장에서는 분명 조립을 했던 상태에서 분해를 했는데 운반을 위해 차에 싣고, 고정하고, 내리는 동안에 네트 프레임이 조금 휘어진 모양이었다. 이런 문제점은 공장에서 출발할 때 예상을 했지만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온누리호 승조원의 도움으로 네트를 조립하고 휨을 방지하기 위해 중간에 파이프 두 개를 용접하여 부착하였다. 조립된 네트 프레임에 그물을 부착했다. 네트 프레임과 와이어로프를 연결하기 위한 네트의 당김 줄을 네트 프레임에 부착했다. 상부의 줄 3개, 하부의 줄 2개는 설계치와 같았지만 중간의 줄 2개는 약간 길었다. 원래 중간의 줄은 생각하지 않았지만 보조적으로 달았다.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A1정점에 도착했다. 네트를 준비해서 오후 7시 10분에 바다에 넣었다. 배의 속도는 1m/sec로 유지한 상태에서 와이어로프를 0.5m/sec의 속도로 88m를 풀고 0.3m/sec로 감았다. 네트에 가해지는 힘은 약 1.3ton에 달했다. 네트 프레임이 휘어질 것 같은 생각이었다. 네트가 물에 잠긴 것을 보았다. 새롭게 구입한 수심 기록계를 장착할 필요도 없었다. 네트가 표층에서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물론 컴컴한 밤이기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와이어 앵글이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물속에서 예망되었던 시간은 약 10여분이었다. 10분은 참으로 길게 느껴졌다. 밝은 낮이었으면 성공 여부를 바로 알 수 도 있었겠지만 과연 네트가 부서지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됐다. 다행히 네트가 부서지지 않고 올라왔다(그림 1). 안도의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연구원은 물론 승조원 모두, 나 역시 포함되었을 수도 있지만, 네트는 물속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부서졌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A3 정점에서 두 번째로 네트를 물에 넣었다. 수심측정기를 네트 측면에 부착했다.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확실히 보였다. 성공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IE 이어도 부근의 정점에서 3번째로 네트를 투망했을 때 네트가 물속에 들어가지 않고 물에 뜨는 것이 보였다. 원인이 무엇일까? 네트 프레임의 무게를 줄였지만 여전히 150kg이나 되는데 혹시 전개판으로 사용된 PC 판제가 네트 프레임의 수직 균형을 무너뜨린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네 번째로 작업을 했던 정점 A5부터는 동물플랑크톤과 식물플랑크톤을 채집하기 위해 쓰는 둥근 원형의 추(37kg)를 부착했다. 네트가 정상적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네트가 들어간 궤적을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와이어로프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자 와이어의 입사각이 점점 커지는 것을 보았다. 일본의 EEZ 내의 한 정점에서 사용된 와이어로프의 길이가 1500m였을 때 많은 개체수의 심해 어류가 올라왔다. 성공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차례의 네트의 투망과 인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네트가 부서질 것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은 점점 사라졌다. 

 이렇게 네트가 성공적으로 잘 운영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 설 즈음에 이러한 걱정들이 많이 있었음을 탐사 대장이었던 신창웅 박사님을 비롯한 탐사에 많은 경험을 가진 황상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탐사를 수행했던 김동선 박사님은 물론 승조원들의 생각도 그러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물론 나는 구조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자신은 있었지만...
일본 EEZ 정점의 탐사가 완료된 후 처음으로 수심기록계를 회수하여 네트의 예망 깊이를 확인하였다. 기록을 본 순간 새롭게 재작한 네트 프레임의 성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네트의 균형추를 달기 전과 후의 차이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이제는 네트가 와이어로프의 길이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깊이는 얼마인가가 궁금했다. 네트의 실용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나라 EEZ와 일본 EEZ에서 사용된 와이어 로프의 길이는 50 - 1500m였다. 동중국해의 일본 EEZ에서 한 차례만 1500m가 사용되었고 나머지 정점에서는 200m 이하였다. 




 와이어 로프를 풀 수 있는 길이는 탐사 일정과 연구 목적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와이어 로프를 길게 풀 수는 없었다. 연구 기간 중 가장 길게 네트를 풀었던 것은 4000m 인데 네트를 풀고 감기위해 5시간 30분, 준비 시간과 사후 처리를 위해 20분 등 총 5시간 50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오전 7시에 작업을 시작하면 1500m의 와이어를 풀면 인망 하는데 2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잠깐 눈을 붙이고 있었다.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네트가 다 올라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리나케 갑판으로 올라가 보았다. 네트를 너무 빠른 속도로 감지는 않았는가 하는 불안감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확인결과 갑판 당직자에게 와이어 로프의 길이를 잘못 전달한 하나의 해프닝이었다. 

 수심이 깊은 북서태평양의 공해상에서 와이어의 로프의 길이를 800m, 1500m, 4000m를 풀었다. 수심 기록계의 정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로젯샘플러에 매달아 CTD의 압력계와 비교하기도 했다. CTD의 압력계와 잘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로프의 길이에 따라 네트가 들어간 깊이를 분석하였다. 로프의 길이에 따라 네트가 들어간 깊이가 선형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새롭게 제작한 네트 프레임의 성공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그림 2). 네트의 예망 깊이는 해류의 영향은 물론 배가 바람의 방향과의 일치 여부에 따라 예망 깊이의 차이가 발견되었다. 네트가 크기 때문에 배가 바람과 90도의 경사를 가지고 작업하는 것이 특히 어렵다. 네트가 너무 커 물 밖에서 투망하고 인망하는 동안 바람에 날리기 때문이었다. 배가 바람을 거슬러 가면서 네트를 내리고 올릴 때가 가장 안정적이었다. 주변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제작한 네트 프레임은 성공적으로 작동되었다. 본과제의 영문 단축명은 “ POSEDIDON” 이다. 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자치어 네트의 프레임을 제작했으므로 네트를 POSEIDON IchthyoPlankton Net, "PIP net"로 명명했다. 

 이 새로운 PIP net를 이용해서 자치어는 물론 심해의 다양한 해양생물의 표본을 수집하였다. 2006년과 2007년에 선상에서 자치어의 표본 촬영 경험을 토대로 도출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상에서 표본을 쉽고 편리하게 안정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였다(그림 3). 이 방법으로 배에서 사진을 촬영할 때 문제가 되는 수조 내 표본의 고정문제, 배의 피칭과 롤링과 같은 진동에 의한 사진의 흔들림, 적정광량의 확보의 어려움, 배경의 그림자 제거, 표본과 주변의 반사상 제거는 물론, 표본위에 떨어진 먼지도 쉽게 제거할 수 있었다. 보기에는 얼기설기 무척 조잡하게 보인다. 앞으로 더욱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보안해야할 것들이 많지만 온누리호 탐사 중 파도가 낮아 안정적인 상황은 물론 폭풍주의가 발효된 상태에서 큰 파도와 너울에 의한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해양생물의 표본을 손쉽게 촬영할 수 있었다. 촬영한 표본의 수는 무려 217개체나 되었다. 사진의 품질은 육상의 안정된 실험실에서 촬영한 것과 같은 고품질이었다. 비록 일부 표본의 사진은 촬영장치의 오작동과 경험 미숙으로 인해 좋지 않은 것도 있다. 



 지금까지 보고된 자치어 사진은 대부분이 포르말린이나 알코올로 고정한 후에 육상의 실험실에서 촬영한 것들로 흑백에 가까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발생 또는 사육 실험을 위해 실험실에서 촬영한 자치어의 생생한 표본의 사진도 있지만 움직이는 조사선의 열악한 실험실에서 이렇게 많은 고품질의 표본사진을 촬영한 것은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일일 것이다. 
 촬영한 표본에는 민물뱀장어의 산란장으로 밝혀진 동경135도 북위 13도에서 수집된 민물뱀장어로 판단되는 댓닢뱀장어, 심해의 아귀, 표영성 어류의 개복치, 가시복, 달고기, 저서성 어류인 가자미류의 자치어는 물론 크기가 작은 어란과 요각류, 기타 오징어류, 게류, 에일리언의 모델생물 등이 있다(첨부의 표본 사진들). 현재 새롭게 제작한 네트 프레임과 해양생물의 표본 촬영 방법은 특허 출원을 준비 중이며 현장 적용 실험 결과를 토대로 논문을 작성 중에 있다. 본 탐사를 수행하면 많은 도움을 주신 대양탐사 연구팀과 온누리호 승조원 여러분께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표영성 어류 (민물뱀장어 좌측 상단)

 



심해어류(좌측 상단 심해 아귀류)

 


기타 해양생물들 (좌측 상단 에일리언 영화 모델 생물)


200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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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