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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 Technology

심해 영혼과의 우연한 만남

  • 조회 : 11618
  • 등록일 : 2007-09-28

김영준(연구선운항팀 선임기술원)

2007년도 태평양 심해저 제2차 탐사팀은 박정기 심해연구사업단장을 중심으로 총 20명으로 구성되었다. 8월 3일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미국 하와이에 도착한 탐사팀은 온누리호에 승선하여 출항을 위한 준비를 한 후, 8월 6일 남해연구소 강해석 행정지원실장의 배웅을 받으며 호놀룰루항을 출발하였다. 이동항해 중 허리케인이 발생하여 기존항로에서 우회하기도 하였으나. 8월 13일 Box Corer와 Free Fall Grab을 시작으로 8월 26일까지 성공적인 실해역 탐사를 진행하고 9월 1일 호놀룰루항으로 귀항하였다. 이어서 짐정리와 자료정리를 마치고 9월 5일 오후 5시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지금까지 필자가 경험한 심해생물과의 만남은 김웅서 박사, 김동성 박사의 유인잠수정 승선이야기, 심해를 다룬 다큐멘터리, 태평양 열수 탐사 자료, ROV 해미래 및 해누비의 영상, 인터넷, 책 등을 통한 간접적인 경험이 전부였다. 그 중에서도 이번 항해에 가지고 온 제임스 카메룬의 다큐멘터리 ‘심해의 영혼들(James Cameron, Aliens of the Deep, 2005, Walt Disney Pictures)’은 지구의 근원에서부터 심해탐사 및 열수분출구에 대한 조사, 심해생물과 미지의 우주에 있을지도 모를 생명체에 대한 것을 상세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로 가장 인상적인 것이었다. 다큐멘터리 ‘심해의 영혼들’은 미국의 연구선 EDT ARES호와 러시아 연구선 AKADEMIK MISTISLAV KELDYSH호와 미국의 유인잠수정(ROVER1, 2) 2대, 소형 ROV ‘Jake’, 러시아 유인잠수정(MIR 1, 2) 2대를 이용하여 대서양과 태평양 10곳에서 40번의 잠수를 통하여 얻은 영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영상들을 통하여 바다, 해양학, 지구 내부의 구조, 원격탐사, 퇴적물, 생물과 동물, 화학, 물리, 생명, 군집, 공학 및 우주공학, 극지 등을 쉽게 설명해 주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1977년 우즈홀 해양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e)의 잠수정 앨빈(Alvin)이 수심 3000m이상에서 발견한 열수공과 인근의 생물 및 관벌레(Tube worm)와 홍합, 게 등을 로봇팔로 채집하여 연구선 내에서 동일한 환경을 주어 기르는 부분과 A-frame의 문제로 인하여 배의 측면을 과감하게 절단하여 잠수정을 내리는 일 등이었다.

그런데 이번 항해 중에는 필자도 심해생물을 직접 만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8월 13일부터 시작된 조사 작업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며, 가끔씩 비도 내렸고, 너무 맑은 날은 매우 덥기도 하였다.  연구 활동은 24시간 내내 쉼 없이 이루어졌다. 그러던 중 8월 18일 오전 12시 04분, 11° 12.03 N, 131° 08.40W, 수심 4890m에서 회수된 빔 트롤(Beam Trawl)에서 이상한 고기가 있다는 연락을 드라이랩 근무 중 무선으로 받았다. 가끔씩 이상한 물고기(투명한 고기, 아구와 같이 입이 큰 고기, 영화에서 나오는 앞에 등이 달린 고기 등)가 잡혀 올라 온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어떻게 생긴 고기일까 무척 궁금했다.

Wet-lab에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붉은 색 채집망에 놓여있는 누런색의 둥글둥글하고, 양쪽으로 일정한 거리로 돌기가 나 있는(어떤 돌기는 꼬리처럼 긴) 이상하게 생긴 녀석이 있었다. 길이는 대략 14㎝, 폭은 8㎝, 두께는 5㎝정도 되어 보였으며, 무게는 200~300g으로 추정되었다. ‘만져봐도 될까? 혹시 이상한 병균에 감염되는 것은 아닐까? 이름은 뭘까? 어떻게 수심 5000m에서 살아 갈수 있을까?’ 많은 의문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잠시 후 팀 내의 연구원이 이 녀석을 뒤집어 주었으며, 그림 2)와 같이 입으로 보이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닮은 꼴을 찾는다면 ‘진득이, 해삼, 젤리’ 같이 생겼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과연 무엇일까? 무엇으로 구성되었을까? 무엇을 먹고 살까? 어떻게 이동할까? 하는 의문은 시간이 지나면서 과학적인 분석방법을 통해 해결되어 질 것이다.’ 라고 생각하던 중 우연히 해양학 책에서 비슷한 동물을 보았는데, 진득이는 Oneirophanta(북대서양 대양저 평원에서 발견되는 10㎝길이의 해삼류 사진)와 비슷하게 생겼으며, 돌기는 더 길어서 돌기를 이용하여 저층의 퇴적물에 있는 영양분입자를 먹고 사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판단은 어디까지나 해양학도가 아닌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이다.

이 우연한 만남을 해양학 책의 인용에 의하여 분석하자면, 진득이의 무게를 200g으로 추정하였을 때 우리는 200,000㎡ 당 하나 이하의 행운을 얻은 것이며, 우리가 사용한 장비, 개체의 군집 등의 자료로 보았을 때, 더욱 더 경우의 수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필자는 굉장히 큰 행운을 얻은 것이라 생각된다. (심해저는 어디서나 환경조건이 거의 유사하며, 영구적으로 어두우며, 매우 차가우며, 염분이 높고(36‰까지), 압력이 매우 크고, 바로 위층인 반심해대보다는 생물체가 풍부하지만, 수심이 깊어질수록 생물체의 밀도가 크게 낮다. 연안부근의 해저에서는 1㎡ 당 5,000g의 생물체가 발견되며, 대륙붕에서는 200g의 생물체가 발견되는데 반해, 전형적인 심해 저서 군집에서는 1㎡당 1㎎이하의 생물체가 발견된다고 한다.)

심해 생물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국내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로 보여진다. 지난 7월 경 국립서울과학관에서 한국생명과학연구원의 후원으로 열리는 ‘바이오 오디세이’를 견학하고, 복제 동물(개, 소, 양)을 보고 난 후 몇 명이나 실제로 복제 동물을 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아울러 우리 연구원도 진득이처럼 여러 가지 자료를 가지고 여러 기관의 도움을 얻어 전시회를 한다면 우리가 가진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호기심을 심어 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지금 우리 연구원에서는 현장에서 연구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4,000톤급의 연구선 건조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여러 분야의 많은 과학자들이 이 연구선을 이용하여 심해생명체와의 ‘우연’이 아닌 ‘의도된’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하여 본다.

「심해의 영혼들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며, 우리는 그곳으로 다가가고 있다」
- ‘심해의 영혼들(James Cameron, Aliens of the Deep, 2005, Walt Disney Pictures)’ 중
 

그림 1) 심해의 영혼 A면


그림 2) 심해의 영혼 B면 

참고문헌
강효진 외 옮김. 2001. 해양학. 418-9. 시그마프레스. 
James Cameron. 2005. Aliens of the Deep, 2005, Walt Disney Pictures



200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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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