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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 Technology

지속가능한 해양에너지 개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영역을 향한 도전

  • 조회 : 295
  • 등록일 : 2019-12-02
지속가능한 해양에너지 개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영역을 향한 도전
- KIOST 연안개발·에너지연구센터 박진순 센터장 -
지속가능한 해양에너지 개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영역을 향한 도전 - KIOST 연안개발·에너지연구센터 박진순 센터장 -

연안개발·에너지연구센터 박진순 센터장(이하, 박사)에게는 세 곳의 고향이 있다. 첫 번째는 그가 태어나고 자란 경기도 안산이요, 두 번째는 시험조류발전소 건립을 전후로 인연을 맺은 전라남도 진도군이다. 인생의 큰 변곡점을 가져다 준 두 고향에서의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해양연구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KIOST가 본원을 이전한 부산이라는 제3의 고향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또 다른 도전을 펼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조력·조류발전의 역사를 함께 한
해양에너지 개발 전문가

1994년 한국해양연구소(KIOST의 전신)에 입사한 그는 KIOST가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지속가능한 해양에너지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일조해왔다. 대표적으로 조력·조류발전을 통한 조석에너지 개발을 들 수 있는데, 박진순 박사는 첫 번째 고향인 안산에서 세계 최대 용량의 시화호조력발전소의 창조식1) 발전시스템 설계를 담당했으며, 이후 제2의 고향인 진도에서 세계에서 4번째로 조류가 빠른 울돌목 시험조류발전기지장을 겸임하며 우리나라 조력·조류발전의 역사를 함께했다.

1) 밀물 시 외해와 조지(潮池)의 수위차를 이용해 발전을 하고 썰물 시 조지의 물을 방류하는 발전 방식
빠른 유속과 유사 시공사례가 없던 이중고
투철한 책임감으로 위기 해결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는 건설(2005년 4월~2009년 3월)부터 경관 개선 작업이 마무리된 현재까지 약 15년 간 끊임없는 도전과 보람을 느끼게 해준 그의 대표적인 연구 업적이다. 전기의 생산과 이송은 관련 설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특히 친환경 에너지 발전 설비는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에너지의 생산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다. 건립 초기였던 2007년에 발생한 긴급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빠른 유속(최대 6.5m/s)과 유사 시공사례가 없던 탓에 공사는 난항을 겪고 있었다. 유속의 세기·지속시간과 더불어 수심과 수로폭 등을 고려하여 선정한 최적의 장소(진도대교 아래)에 공사를 추진하던 과정에서 바지선에 실은 대형 구조물이 진도대교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시공 안전대책 마련과 관계기관회의 등을 거치는 동안 구조물의 설치 위치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박진순 박사를 비롯한 KIOST 연구진과 시공사의 근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계획된 위치를 부득이하게 변경함에 따라 시험조류발전기의 성능 테스트를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후보지를 물색해야만 했던 것이다.

예상치 못한 난관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상황을 회피하거나 혹은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 박진순 박사는 단연코 후자였다. 그는 설사 더 큰 어려움에 닥친다고 할지라도, 처음부터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 이 문제를 제로베이스 관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차후보지를 선정하기 위한 유속 관측 및 안전관리를 병행하며 공사의 만전을 기한 것이다.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아쉬움과 고충이 컸지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걷는 선배로서 후배들을 위한 좋은 선례와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진순 박사의 ‘직진’ 전략은 결국 통했다. 이 같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는 진도대교에서 약 1km 떨어진 현재의 장소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건설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 만큼 책임감이 무거웠지만,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완공의 기쁨을 전했다.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상황에서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 가동은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조류에너지의 실용화를 한 단계 앞당기는 신호탄이었다. 조력발전 분야에 머물던 해양에너지의 잠재력을 확대·전환하면서 향후 더 큰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거센 물결 때문에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울돌목은 드디어 그의 손을 거쳐 새로운 기회의 바다가 되었다.

  • 사진 1.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 전경

    사진 1.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 전경

  • 사진 2.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 내부 모습

    사진 2.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 내부 모습

  • 사진 3.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를 점검하는 박진순 박사

    사진 3.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를 점검하는 박진순 박사

  • 사진 4.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에 바지선으로 200kW급 능동제어형 조류발전시스템 설치를 준비하는 모습

    사진 4.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에 바지선으로
    200kW급 능동제어형 조류발전시스템
    설치를 준비하는 모습

사진 5. KIOST 연안개발·에너지연구센터 박진순 박사

사진 5. KIOST 연안개발·에너지연구센터 박진순 박사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의 성공적인 구축과 운영은 함께 발을 맞춘 동료 연구자들의 열정과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저의 역할이라면 전공인 해양과학 외에도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 방향을 고민하며 토목·기계·항공공학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인 덕분에 사업 당사자들과의 소통이 용이했다는 것뿐이지요. KIOST에 입사한 후에도 그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연안개발 및 에너지 자원 확보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해 왔는데, 특히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의 경우 선박의 물길과 관광지로만 사용되던 해역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험조류발전시설로 거듭나 상용발전소 건설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향후 조류발전 상용화를 통해 관련 분야 산업창출로 이루어져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우리나라 에너지 자급에도 기여된다면 좋겠습니다.”
세월호 사건 당시 울돌목의 빠른 조류를
관측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구조 활동 지원

자랑스러운 결과물을 얻었으니 잠시나마 박수를 받아도 좋으련만 그는 동 시설물이 보다 지속가능한 모습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해야한다는 마음도 잊지 않았다.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가 울돌목의 경관에 저해된다는 지자체와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거북선을 연상케 하는 외관개선사업(2019년)을 추진하여 ‘명량대첩’ 승전지란 지역의 역사적 테마와 어우러지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도 그 때문이다. 지역 축제가 개최되면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유대관계를 쌓으며 관련 시설의 홍보 활동을 병행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는데, 그 속에는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가 안착할 때까지 긴 시간을 믿고 기다려 준 지역민들에 대한 고마움이 숨어 있다.

특히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일평생을 안산에서 살아 온 박진순 박사가 느낄 아픔을 함께 나누며 봉사활동에 매진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준 진도 주민들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고 한다. 세월호 얘기에 잠시 말을 잊지 못하던 박진순 박사는 “당시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안부를 묻는 지인들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 아이들은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이어서 사고를 피할 수 있었지만, 안산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KIOST의 본원이 안산에 있었기 때문에 저를 비롯한 모든 연구원들의 마음이 같았을 거예요. 국민 모두가 내 자식의 아픔으로 여기고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죠. 진도 주민들 또한 생업을 제쳐두고 봉사활동과 구조 활동을 도우며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저 또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고민하던 차에 맹골수도의 빠른 유속으로 인해 구조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울돌목의 빠른 조류를 오랫동안 관측해 온 KIOST의 노하우가 필요한 순간이었죠.”

- KIOST 연안개발·에너지연구센터 박진순 박사

 

구조작업 초기에는 서거차도의 조석표를 바탕으로 잠수부들이 투입되었다. 유속이 약해지는 정조 현상이 만조와 저조 때 발생한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의 정조 현상은 거차도의 강한 와류로 인해 일반적인 패턴을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구조에 나선 잠수부들 또한 예측의 불일치로 인해 수색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에서 발전시스템을 테스트하던 박진순 박사를 비롯한 KIOST의 연구자들은 진도의 최남단인 팽목항으로 지체 없이 향했다. 실종자 구조작업용 바지선에 올라 음향도플러유속계(Acoustic Doppler Current Profiler)를 설치하고 맹골수도의 실시간 유속자료 및 분석 자료를 잠수부에게 제공하여 구조작업의 안전성을 확보한 것이다. 또한 보다 효과적인 수색 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국무총리실, 해양수산부 등의 유관기관과도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등 아낌없는 지원을 펼쳤다. 사고가 발생하고 보름이 지났을 즈음에는 낙조 후 약 1시간 동안 0.2m/s의 느린 유속이 지속될 것을 예측, 현장의 구조 책임자에게 이를 통보하여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실종자를 수습하기도 했다. 박진순 박사는 “조류관측에 참여한 연구원 전원이 힘을 모은 결과 실종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지만, 유가족들에게 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고 현장의 상황을 설명했다. 세월호의 아픔은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박진순 박사를 비롯한 KIOST 전문가들이 당시 해양의 상황을 정밀하게 관측하고 사고수습을 위한 과학적 데이터를 제공하며 근접지원을 펼친 노력은 국가적인 재난·재해 시 관련 연구기관이 수행해야 할 진정한 책임감과 역할을 보여준다.

위기를 기회로, 기회가 비전으로
전인미답의 영역을 향한 발걸음

강한 자신감과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무한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박진순 박사는 제3의 고향이 된 해양수도 부산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또 다른 도전을 진행하고 싶은 바람도 피력했다. 적도 해수의 열 교환을 통한 온도차 발전으로 해양에너지 활용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가는 것이다. 발전선박이 생성한 전기로 바닷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저장하고 운반선박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문제와 조선업 불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KIOST의 역량과 가능성을 확신하기 때문에 더욱 욕심을 부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엽등(獵等, 등급을 건너뛰어 올라감)은 시작이 빨라 유리한 듯 보이나 넘어지는 과오를 초래할 수 있다며, 눈앞의 성과에만 집중하는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 사진 6, 7. 박진순 박사와 KIOST 울돌목 시험조류발전기지 서한경 연구원
  • 사진 6, 7. 박진순 박사와 KIOST 울돌목 시험조류발전기지 서한경 연구원

사진 6, 7. 박진순 박사와 KIOST 울돌목 시험조류발전기지 서한경 연구원

“열정적으로 자신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후배들이 단기 프로젝트에만 집중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테마를 발굴·실행하여 연구자로서의 자부심을 높이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연구 활동을 진행했으면 합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기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려고 무리하지 말고 꾸준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처음이라는 두려움을 넘어 실패를 거듭하고, 좌절마저 거울삼아 성공의 길을 찾아내는 긴 시간을 견뎌야 하죠.”

- KIOST 연안개발·에너지연구센터 박진순 박사

해양과학기술을 통해 지역과 사회에 조금 더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일까. 지속가능한 해양에너지 개발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잇고자 하는 박진순 박사에게 ‘최고’란 말은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영역을 향해 끝없는 발걸음을 이어가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다지는 박진순 박사. 열정과 끈기로 채워진 그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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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19-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