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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 Technology

세상에 먼저 손 내밀고, 새로운 기회를 개척하는 청년탐험가

  • 조회 : 2948
  • 등록일 : 2020-06-01
세상에 먼저 손 내밀고,
새로운 기회를 개척하는 청년탐험가
- 해양순환·기후연구센터 이재학 책임연구원 -
해양순환·기후연구센터 이재학 책임연구원
“천재들은 대부분 위대한 산책자들이었다. 단, 근면하고 지적으로 풍요로운 산책자들이었다.”

- 발터 벤야민-

적도에서 극지까지 세계 곳곳을 누빈 KIOST 해양순환·기후연구센터 이재학 책임연구원(이하 박사) 또한 바다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으며 전 세계 바다를 누빈 과학자이자 산책자, 혹은 탐험가이다. 모든 육지가 지도에 새겨진 오늘날에도, 바다는 미지를 향한 호기심을 받아들이는 깊음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바다의 운동, 인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해답을 찾아 떠나다

상상만으로도 규모에 압도되는 대상이 있다. 이재학 박사에게는 바다가 그렇다. 옛 사람들에게 바다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큰 배를 타고 대양을 누비는 낭만에 젖어들 때면 까닭 모를 흥분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그런 상상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지구의 움직임을 공부하는 물리 과목이었다. 단순히 암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식과 이론을 적용해 문제를 풀고 실험을 하며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그렇게 흥미로울 수 없었다. 그런 그가 해양학에 도전한 것은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고 한참 지나서였다. 단순한 호기심의 차원을 떠나 ‘바다의 운동이 인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을 되짚게 된 것이다. 바다는 생물 분포와 기후의 변화, 해상 교통 등 지구의 전 영역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그 어느 분야보다도 인간의 삶과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이재학 박사에게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 생활은 새삼 연구자로서의 자부심과 열정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는데, 특히 젊은 교수들의 태도는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새벽 한 시, 두 시에도 연구실을 찾아와 즐거운 마음으로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모습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그 또한 박사 후 연구원(Postdoctoral researcher) 과정에 매진할 수 있었다.

박사가 된 후 선택한 나의 길
한국해양연구소 입사

오랜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재학 박사를 찾는 곳도 당연히 많았다. 다수의 대학과 연구시설에서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연락을 취했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인 곳은 한국해양연구소(現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하 KIOST)였다. 그해 1992년은 종합해양연구선 온누리호와 이어도호가 취항하면서 원양 항해와 심해 탐사의 기반이 마련된 해였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조절자 역할을 하는 해양 순환계의 특성과 변동성 이해에 관심이 컸던 그에게 해양의 해류 관측은 필수적이었고, 가능한 많은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했던 이재학 박사 입장에서는 결정적 호기였다. 특히 현장에서의 과제들에 도전해보고 싶었던 그는 국내 연구기관 중 계속 성장하고 있고, 잠재력 또한 높은 KIOST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열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진 1. 해양순환·기후연구센터 이재학 박사

사진 1. 해양순환·기후연구센터 이재학 박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하던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연구를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큰 배가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KIOST에서 종합연구선을 두 척이나 건조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보다 좋은 조건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KIOST에 입사하면서 해양물리 분야를 더욱 깊이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죠. 이후 지금은 은퇴하신 이흥재 박사님의 연구팀에 소속되어 황해와 동중국해의 현장관측을 기반으로 해양의 순환, 미세구조 및 혼합 과정을 연구하며 KIOST와의 인연을 시작했습니다.”
남극에서 서태평양의 열대해역까지
세계 유수의 학자들과 공동연구 수행

그가 수행하는 연구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개별 연구자에 의한 성과도 돋보이지만 여러 학자들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연구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장한다는 점이다. 지구의 환경변화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국내·외의 연구자들과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다보니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연구를 수행하며 지평을 넓혀갈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구상 최대 해류계인 남극순환류의 변동성과 기후 변화의 관련성 연구이다. 남극해 관측은 접근성 및 해상 상태의 제약 때문에 남반구의 여름에만 가능했다. 인공위성 고도계 자료를 활용하거나 해수 물성 자료를 분석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는 해류 산출의 간접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실제 관측 자료에 의한 결과 검증이 필요했다. 2006년 1월 독일과 프랑스의 공동연구팀에 합류한 이재학 박사는 드레이크 해협의 인공위성 궤적 교차점에 해류계를 설치하여 500m, 1,500m, 2,500m 등 수심의 해류자료를 확보하고자 했다. 남극해의 추위에 건조한 선내 환경으로 인해 때 아닌 감기를 앓으며 고생하기도 했지만, 세계 최초로 2~3년에 걸친 장기관측을 통해 향후 기후변화 연구 및 해류 구조의 변화 연구에 국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마련했다. 이 외에도 서태평양의 열대해역 관측을 통해 우리나라 주변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재의 기후변화를 이해하고, 기후변동성에 대한 체계적인 예측 정보 및 대응 전략을 제시해줄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수립했다.

  • 사진 2. 남극해 연구를 위해 세종기지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 2. 남극해 연구를 위해 세종기지로 이동하는 모습

  • 사진 3. 서태평양 해양탐사 중 온누리호 선상에서 연구팀

    사진 3. 서태평양 해양탐사 중 온누리호 선상에서 연구팀

그 과정에서 만난 각국 연구자들과의 교류 및 기항지에서 현지 주민들과 함께 한 시간은 연구 활동을 통한 사회 공헌 못지않은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쪽빛 바다와 웅장한 석양을 감상할 수 있고, 낯선 항구 뒤에서 순박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가 동태평양 적도의 무풍지대를 통과할 때는 적도제를 지내기도 했는데, 고사(告祀)보다는 연회 방식에 익숙한 외국의 연구자들도 흔쾌히 절을 올리며 무사항해를 기원하곤 했다. 타국에서 안부를 전하는 낭만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일반인들은 돈을 주고도 방문하기 어려운 남극, 페루, 파푸아뉴기니, 마이크로네시아, 레위니옹 등지를 두루 오갔기 때문이다.

“유럽 연구자들은 우편봉투에 기념 스탬프를 찍어 지인에게 발송하는 문화가 있어요. 대표적으로 남극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먼 곳까지 온 수고로움을 치하하듯 특별한 기억을 남기죠. 몇몇 사람들은 해당 지역을 방문하는 연구자들에게 현지에서 우편 발송을 부탁하기도 있는데, 저 또한 같은 부탁을 받고 국제 우편을 발송해 준 적이 있어요.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몇몇 사람들은 우표처럼 희귀 스탬프를 모으는데, 제가 우편을 발송한 사람 중에도 수집가가 있었나 봐요. 경매 사이트에서 연구원 소속의 이재학 박사의 이름이 적힌 우편봉투를 봤다며, 진품인지를 확인하는 메일을 받고 한참을 웃은 적도 있죠.”

- 해양순환·기후연구센터 이재학 박사-

청춘을 생물학적 나이의 한 시기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의 함량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기쁨을 나눈 모든 시기가 이재학 박사에게는 청춘인 셈이다. 그러한 추억들 때문인지 지금도 대양탐사에 나서는 후배 연구자들을 볼 때마다 “연구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인생사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안전’과 ‘즐거운 마음’을 잊지 말라고 당부하는 그이다.

  • 사진 4. 남극의 드레이크 해협 해양 조사 포스터

    사진 4. 남극의 드레이크 해협 해양 조사 포스터

  • 사진 5. 이재학 박사가 남극해 선상에서 본인 연구실로 보낸 우편봉투

    사진 5. 이재학 박사가 남극해 선상에서 본인 연구실로 보낸 우편봉투

  • 사진 6. 적도를 통과하면서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모습

    사진 6. 적도를 통과하면서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모습

  • 사진 7. 파푸아뉴기니의 섬 마을 아이들과 함께 한 기념촬영

    사진 7. 파푸아뉴기니의 섬 마을 아이들과 함께 한 기념촬영

대학과 연구기관의 협력을 바탕으로
‘KIOST 지구시스템 모델’ 개발

‘인자는 적이 없다.’는 말처럼, 머물렀던 연구현장 곳곳에서 확인된 그의 소통과 화합의 능력은 KIOST가 지난 2019년에 완료한 ‘KIOST 지구시스템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서 또 한 번 발휘됐다. ‘지구시스템 모델’은 해양과 대기를 포함한 자연 환경뿐만 아니라 식물, 플랑크톤 그리고 인간 활동과 같은 지구 내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수치적으로 표현하여 기후 환경의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유엔 산하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2013년에 출간한 5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서 지구시스템 모델이 사용되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지구시스템 모델이 사용된 예는 없다.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울산과학기술대학교 등 다수의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프로젝트의 리더를 맡은 이재학 박사는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연구자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했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상황에서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술술 잘 풀렸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도 대학과 연구기관의 협력 체제 구축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온 이재학 박사의 성품을 익히 아는 터라,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자들도 학·연이 협력한 모범 프로젝트 사례를 만들어 내고자 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지구시스템 모델들이 남극해 해표면 수온을 높게 모의했던 문제점을 개선하고, 엘니뇨의 변동성을 보다 현실에 가깝게 재현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고, 6차 IPCC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KIOST에 입사하던 90년대만 해도 연구기관과 대학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각자의 영역에서는 최고의 능력을 가진 이들이 상호 협력의 계기를 만드는 데는 소홀했죠.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별도의 학회지를 발간하던 KIOST와 한국해양학회의 OSJ(Ocean Science Journal) 공동발행을 추진하여 초대 편집위원장을 맡았고, 한국해양대학교와 해양과학기술전문대학원을 설립할 당시에는 초대 공동대학원장을 역임하며 협력의 근간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 해양순환·기후연구센터 이재학 박사-

정부와 학계에서도 이재학 박사의 노력과 국내 해양물리학 발전에 공헌한 점을 높이 평가하여 ‘제1회 장보고 대상 국무총리상’, ‘2010 OSJ Award’ 공로상을 수여했으며, 지난해에는 한국해양학회에서 수여하는 ‘평생업적상’을 수상했다. KIOST에서 수행하는 마지막 과제로 대한해협 남서부의 해양혼합 연구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그는 “국제 사회가 준비 중인 ‘제2차 국제 쿠로시오 조사사업’ 등을 포함한 국제 공동 연구에 후배 연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라며 타 기관에서 연구 과정 중 의문점이 생기면 KIOST를 참고하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후배 연구자들이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사진 8. 해양순환·기후연구센터 이재학 박사

사진 8. 해양순환·기후연구센터 이재학 박사

“우리나라가 1965년부터 1971년까지 북서태평양을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와 그 지류인 쓰시마 해류를 조사하는 ‘국제 쿠로시오 조사사업’에 참여했는데, 이를 통해 한국해양학회가 설립됐고, 대학에도 해양학과가 개설되었습니다. 학과가 졸업생들을 배출할 즈음에는 KIOST가 출범하며 국내 해양연구 발전의 토대를 다졌는데, 향후 진행 예정인 제2차 사업에서도 대한민국의 해양학 발전에 이바지 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KIOST의 연구자들이 열과 성을 다해줄 것을 기대합니다.”
자기만의 좁은 지식을 떠나
바다를 탐구한 30년

고루과문우몽등초(孤陋寡聞愚蒙等).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이재학 박사가 미국 유학을 앞두고 일기장에 적은 글귀이다. 그와 같은 해에 연구원 소속이 된 KIOST의 연구선들이 정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 이재학 박사 또한 연구자로서 안주하기 위해 KIOST에 온 것이 아니다. 그렇게 몇 번의 도전과 항해를 거쳐 그는 지금의 자리에 왔다. 앞으로도 도전은 있을 것이고, 고민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그는 세상에 기꺼이 먼저 손을 내밀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탐구의 행보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진 9. 1982년 이재학 박사가 적은 친필 글귀

사진 9. 1982년 이재학 박사가 적은 친필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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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