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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 Technology

동북아의 항만공학 발전을 이끄는 소통과 교류, 공감의 리더십

  • 조회 : 304
  • 등록일 : 2020-10-05
동북아의 항만공학 발전을 이끄는
소통과 교류, 공감의 리더십
- KIOST 해양공학연구본부 오영민 본부장 -


동북아의 항만공학 발전을 이끄는 소통과 교류, 공감의 리더십

와인은 오랜 숙성을 통해 거친 맛이 섬세하고 부드러워지며, 특유의 깊고 풍부한 향이 형성된다. KIOST 해양공학연구본부 오영민 본부장의 모습도 이와 닮았다. 지난 20년간 동북아 항만공학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언어뿐만 아니라 상대국의 역사와 문화에도 귀를 기울이며 원숙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까닭이다. 한·중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 소장으로서의 임무를 마치고 다시 본원으로 돌아와 해양공학연구본부의 수장으로 새출발을 다짐하며 여유와 믿음의 무르익은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그를 만나본다.

결혼이라는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KIOST 입사

청년 시절,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오영민 본부장의 어깨는 또래의 다른 친구들보다 몇 갑절은 더 무거웠다. 결혼이라는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비로소 가족을 위해 등짐을 짊어진 가장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 것이다.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문들은 박사 과정을 밟거나 건설회사 등에 취직하면서 일과 학업 중 하나를 선택했지만, 오영민 본부장은 양쪽 모두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있어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하, KIOST)의 전신인 해양연구소는 가장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업(業)과 학문을 닦아나갈 수 있는 연(硏)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사진 1. KIOST 해양공학연구본부 오영민 본부장

사진 1. KIOST 해양공학연구본부 오영민 본부장

“석사과정까지 마친 상황에서 학업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어요. 사회생활을 하다가 학업을 재개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연구소에 입사하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전공 분야를 더 깊게 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눈여겨본 지도교수님께서 KIOST 입사를 권유해주셨죠. 하지만 저의 주 연구 분야는 하천이었어요. 학부 시절에 항만공학에 대한 커리큘럼을 이수했지만, 해양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많았죠. 그 같은 고민을 말씀드렸더니 ‘하천과 바다 모두 물을 다루는 학문이고, 배움에 대한 의지가 있으니 연구소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답해주시더라고요.
생에 처음으로 겪은 배멀미
선배들의 말을 믿고 2년만 버텨보자 다짐

오영민 본부장이 KIOST 입사한 1987년은 대한민국의 경제가 고도화되는 시기였다. 그 가운데서 항만은 국가의 경제발전을 직접적으로 주도하는 상·공업 활동과 연계해 국제교역을 증진 시키는 중요한 인프라였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약 99%가 항만을 통해 처리되고 있었으며, 중공업 활동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항만 건설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다. 이에 오영민 본부장은 선배들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항만 건설을 위한 사전조사를 진행했다. 항만을 설계하려면 기본적으로 주변의 파고를 알아야 한다. 오늘날에는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필요한 데이터의 자동관측이 가능하지만, 당시에는 사람이 직접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수동 관측을 하던 시기였다. 서울 토박이로, 배를 타 볼 기회가 없었던 그는 부푼 마음으로 승선했다. 하지만 설렘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의 인생에 처음으로 찾아온 배멀미 때문이었다. 아침밥은 물론 노란 위액의 쓴맛을 게워낸 후에도 헛구역질이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10시간 동안 죽을 맛을 보다가 도착한 육지는 천국과도 같았다.

“연구는 마음에 드는데, 이후에도 계속 선상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멀미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죠.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속이 울렁거리는데, 어떻게 식사까지 할 수 있는지. 당시의 저로서는 육지와 별반 다를 것 없이 생활하는 선배들의 모습이 정말 신기했어요. 비결을 물었더니, 시간이 지나면 적응한다고만 짤막하게 대답해주더라고요. 배 위에서 정신없이 과제를 수행하다보면 멀미 따위는 잊게 된다는 의미였죠. 그 말을 믿고 2년만 버텨보자고 다짐했습니다. 그 다짐이 KIOST와 평생의 연을 맺는 다짐이 될 줄은 몰랐죠.”

- KIOST 해양공학연구본부 오영민 본부장 -

인접국 연구자들과 상호결속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항만기술의 발전 도모

선상 생활이라는 뜻밖의 복병에도 불구하고 외부적으로는 국가의 대규모 항만 건설 사업을 지원하고, 내부적으로는 선배들과 함께 수리모형실험실 등의 연구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며 KIOST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오영민 본부장은, 이후 일본 등을 오가며 항만 분야의 선진 기술을 습득하고, 국내에 적용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의 연구자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는 기회를 얻었는데, 이는 자국의 기술보호주의가 심화되는 국가 간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 발전의 방향성을 제고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공식적인 행사가 종료된 후 사석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중국과 일본의 연구자들이 한문 필담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동일한 한자 문화권에 속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대화에 자연스레 끼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반성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오영민 본부장은 동북아 지역의 전문가들이 모이는 국제 학술대회에 두루 참여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최대한 서포트하고, 또 좋은 기술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소개해주는 등 적극적인 협력의 의지를 보였다. 특히 한·중·일의 항만 분야 담당 국장급이 모여 주요 현안을 공유하는 ‘한중일 항만국장회의’는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참석해 왔다. 단, 무턱대고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연애를 할 때 상대방의 마음에 들기 위해 고민하는 것처럼, 상대국의 역사와 문화에도 귀를 기울이며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결속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 함께할 때, 성장을 위한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의 혜안이다.

  • 사진 2. 오영민 본부장이 참석한 국제 학술대회 목걸이 명찰

    사진 2. 오영민 본부장이 참석한 국제 학술대회 목걸이 명찰

    • 사진 3, 4. ‘한중일 항만국장회의’(상), 참석한 연구자들과 함께 인천항 방문(하) (2017년 9월)
    • 사진 3, 4. ‘한중일 항만국장회의’(상), 참석한 연구자들과 함께 인천항 방문(하) (2017년 9월)

    사진 3, 4. ‘한중일 항만국장회의’(상), 참석한 연구자들과 함께 인천항 방문(하) (2017년 9월)

한·중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 소장 취임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다

하지만 다양한 학술대회와 부대 행사에 참여하면 할수록 외국어 소통 능력 외에도 근본적으로 그들을 이해하는 안목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수박 겉핥기식이 아니라 진정한 중국, 일본과 마주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진 것이다. 한국에서만 근무해서는 이 같은 부족함을 채울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오영민 본부장은 2017년 12월, 사내에 올라온 ‘한·중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 파견 공고 소식에 누구보다 발 빠르게 신청을 했고, 최종 1인으로 선정되었다. 막상 선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는 조금 얼떨떨하기도 했지만, 화물과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10위 이내의 항구를 7개나 점유하고 있는 중국의 기술력을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니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 사진 5, 6. 한·중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 소장 이·취임식(2018년 5월)
  • 사진 5, 6. 한·중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 소장 이·취임식(2018년 5월)

사진 5, 6. 한·중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 소장 이·취임식(2018년 5월)

남들은 소장 파견을 지원했기 때문에 중국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기초적인 단어를 읽고 쓰는 정도였으니,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듯 중국 생활을 시작했다. 한·중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의 소장으로서 양국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연구 과제를 관리하는 업무는 물론, 식료품점에서 사람들과 인사하는 법부터, 친구들 사귀는 것들까지, 모든 일이 오영민 본부장에게는 힘겨운 도전의 연속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흥미진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혹독한 경험 덕분일까. 오영민 본부장은 ‘그 사람이 이해하는 언어로 이야기하면 머리에 남고, 그 사람이 쓰는 언어로 이야기하면 가슴에 남는다.’며 고생도 했지만, 그래서 더 빨리 많은 것을 배우고 습득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간 연구자로서 느낀 아쉬움 중 하나가 ‘중국통’의 부재였습니다. 한 번은 국내 연구자로부터 ‘중국 연구자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회신을 받지 못했으니 알아봐 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중국 내에서 해외의 온라인 서비스를 차단하기 때문이었죠. 이후에도 자국의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의 허락을 받은 후에야 연구 논문을 교류할 수 있는데, 우리 생각으로는 이해가 안 되더라도 엄연히 한 국가의 문화이며 규칙입니다. 이러한 속사정을 모른 채로는 함께 협력하자고 손을 내밀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미 기반이 잘 닦여있는 상태였던 한·중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를 발판삼아 중국의 해양과학기술 문화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혀나갈 수 있었습니다.”

- KIOST 해양공학연구본부 오영민 본부장 -

공감과 지혜를 모아
협력하는 자세가 연구자의 큰 덕목

KIOST 내부에서도 문화와 전문성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공감과 지혜를 모아 협력의 기틀을 다져나가는 오영민 본부장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한·중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 소장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온 그에게 해양공학연구본부 본부장 보직을 맡긴 것이다. 소장 임기가 끝나면 다시 한 명의 연구자로 돌아가고자 했던 그는 동료들이 보내는 기대와 관심을 마냥 외면할 수 없었다. “2018년에는 한·중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 소장 취임 준비로 바쁜 시기를 보낸 터라, 지금에 와서야 부산 신청사를 찬찬히 둘러보게 되었다.”고 전한 그는 연구의 패러다임이 전통적인 항만공학에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 IT 등과 연계한 사업으로 확장되어 가는 모습에 큰 기대감을 보였다. 과거에도 조금씩 변해온 과정이 본부장의 위치에서 더 잘 보이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30년간 국내의 항만 구조물의 안정적 운영에 작게나마 기여했다는 것이 큰 자부심입니다. 이는 제가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KIOST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성과의 중심을 들여다보면 작은 일조차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고는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군요. 구성원들과 함께 구조를 만들고,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협력하는 자세가 연구자에게는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 KIOST 해양공학연구본부 오영민 본부장 -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항만기술과 사업 창출 기대

이제 KIOST 해양공학연구본부 연구원 70여 명의 수장이 되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융·복합 해양공학 연구를 이끌어나갈 오영민 본부장. 또 다른 시작점에서 훌륭한 후배들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항만기술과 사업을 창출하고 싶다는 그는 이 과정에서 후배들이 어려워할 때 어깨 한번 툭 쳐주며 위로해줄 수 있는 소탈한 선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구자 개인으로서도 항만기술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저술 활동 및 인연을 맺은 해외 학자들과 ‘친구’로서의 교류를 이어가며, 그들의 항만기술을 국내에 소개하는 번역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 사진 7. 오영민 본부장이 저술한 KIOST 해양문고 시리즈

    사진 7. 오영민 본부장이 저술한 KIOST 해양문고 시리즈

  • 사진 8. GPR(Global Port Report)에 게재 예정인 중국의 항만공학 논문 번역

    사진 8. GPR(Global Port Report)에 게재 예정인 중국의 항만공학 논문 번역

‘지식은 말하려 하지만 지혜는 들으려 한다’는 말이 있다. 청년시절, 일과 학업 모두를 포기하지 않았던 열정처럼 현재도 동북아의 항만공학 발전을 위해 공감적 경청의 자세로 ‘상생과 협력’, ‘관계와 목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그에게서 잘 숙성된 와인의 풍미가 물씬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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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0-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