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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 Technology

냉정과 열정 사이, 인간과 자연을 잇는 퍼실리테이터

  • 조회 : 342
  • 등록일 : 2021-02-01
냉정과 열정 사이,
인간과 자연을 잇는 퍼실리테이터
- KIOST 남해연구소 위해성분석연구센터 심원준 책임연구원 -


냉정과 열정 사이,  인간과 자연을 잇는 퍼실리테이터

“뭣이 중헌디?”
영화 「곡성」에 나온 유명한 대사다. 2007년 태안에서 발생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원유 유출사고의 해양오염 현장조사 책임자였던 그가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한 신속한 의사결정’임을 강조하며 정부 관계자들에게 무수히 쏟아냈던 말이기도 하다. 미세플라스틱과 해양 환경오염 분야의 혁혁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2020년 “올해의 KIOST인”으로 선정된 KIOST 남해연구소 위해성분석연구센터의 심원준 책임연구원은 불합리한 일에는 쓴소리와 일침을 날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과 ‘사랑’을 인생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로 한없이 부드러운 면모를 지닌 멋진 반전남이다.

협궤열차를 타고 낚시를 다니며
바다와 물고기를 좋아했던 소년

해양과학자들의 공통점은 바다라는 즐거움에 푹 빠지는 ‘열정의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심원준 책임연구원이 바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다니면서부터였다. 늘 엄격하고 무서웠던 아버지였건만 세 아들을 데리고 낚시를 갈 때면, 미끼를 끼우는 법부터 물고기를 낚는 법까지 하나하나 일러주는 모습이 그토록 자상할 수 없었다. 새벽녘부터 일찌감치 집을 나서 쌀쌀한 공기를 마시며 협궤열차를 타고 내려온 수로에서 한가로이 낚싯대를 드리우며 지냈던 유년시절, 어린애가 기껏 낚아 봐야 작은 붕어 몇 마리였겠지만, 그는 그때부터 물속의 물고기들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쾌감을 느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가 낚시를 다녔던 곳은 KIOST 구 본원이 자리했던 안산 인근의 고잔 지역이었다. 상골 서쪽에 자리 잡은 고잔은 시흥의 작은 해안 마을로, 마을이 발달한 위치가 돌출한 곶(串)의 안에 있었기 때문에 곶의 안이라는 뜻으로 ‘곶안' 혹은 '고지안'으로 불리다 '고잔’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그로부터 십여 년 후 그가 연수생으로 처음 왔을 때 인근에 고잔 지역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는데,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깃든 지명을 늘 잊지 않고 있었기에 당시의 감회가 남달랐음은 물론이다. 매년 여름이면 피서로 산이 아닌 바다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바다에 대한 애착이 컸던 그는 고등학교 재학 중에는 TV에서 방영되는 ‘에어울프(Airwolf)’라는 미드에 푹 빠져 잠시나마 항공공학과 진학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결국 마음이 이끄는 해양학으로 진로를 정하고 1986년 서울대학교 해양학과에 입학했다.

전공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끼던 차,
생태학을 접하며 인간과 자연, 사회의 연결점 찾아

그러나 바다에 대한 동경과 부푼 기대를 가지고 대학에 간 그가 마주한 현실은 혼돈 그 자체였다.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서적을 탐독하던 그에게 해양학과의 전공 수업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괴리감에 방황하던 그는 심각하게 전과(轉科)를 고려하기도 했는데, 흔들리던 그를 붙잡아 준 것은 우연히 접하게 된 ‘생태학’ 과목이었다. 사회와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던 그에게 생태학은 그간의 괴리감을 극복하고 인간과 자연, 사회를 연결짓는 가장 현실적이고 보람있는 학문이었다. 갑자기 공부가 재밌어졌고 해양오염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러한 배움은 이후 그의 연구 일생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유해물질의 해양오염에 관한 연구,
국가 정책 결정에 반영되며 효과 입증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 1년차에는 미뤘던 군복무를 마쳤는데, 마침 제대 시점에 KIOST(구 KORDI)에 재직 중인 선배의 러브콜을 받고 처음으로 KIOST를 방문하게 되었다. 학교와는 차원이 다른 연구원의 규모와 분위기에 반한 그는 1994년부터 본격적으로 KIOST 위촉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석·박사학위 과정을 밟았다. 그리고 환경·화학 분야, 특히 인간이 만든 유해물질의 해양오염에 관심을 가지고 국내 최초로 ‘선박 방오도료1) 에 쓰이는 TBT(Tributyl tin)라는 물질의 환경 위해성에 관한 연구’에 돌입했다.

1) 선박이나 해양시설에 도장하여 수중 동식물이 수면 아래에 위치한 선체 표면이나 해양구조물 표면에 부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르는 물질

  사진 1. KIOST 남해연구소 위해성분석연구센터 심원준 책임연구원

사진 1. KIOST 남해연구소 위해성분석연구센터 심원준 책임연구원

“오손생물 2) 의 부착방지제로 사용된 TBT가 해수 중에 용출되어 주변의 생물들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동 연구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3번째로 TBT 사용을 전면규제하는 유례없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로부터 5년 뒤 국제해사기구(IMO)에서도 관련 물질의 사용을 금지하고 선체에 달라붙은 생물을 환경적으로 안전하게 제어하기 위한 국제적인 논의를 진척시켰죠. 연구과제가 종료된 이후에도 후속 결과가 궁금해서 자발적으로 모니터링을 계속했는데, 규제 이후 실제로 우리나라 해양환경 중의 TBT 오염과 생물 영향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 연구 결과가 국가 정책 결정에 적극 반영되고, 그 효과를 입증했다는 것은 연구자로서는 최고의 보람이 아닐 수 없었죠.”
2) 선박이나 해중 구조물, 발전소 냉각수 취수관 속에 달라붙어 배의 속도를 떨어뜨리거나 구조물의 무게를 증가시키고 취수 효율을 저하시키는 생물
태안 앞바다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성대 마비
기적적으로 회복하며 조사활동 성공적으로 마무리

그의 연구 생활에서 가장 치열했던 기억은 2007년 발생한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사고의 해양환경오염 영향조사 총 책임을 맡았던 때였다. 국제적·국가적으로 워낙 민감한 재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구책임자를 회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그는 오히려 국가 재난 상황에서 공공기관 전문가의 역할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총 책임자라는 중책을 떠안았다. 그러나 즉시 팀을 꾸려 내려간 태안에서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55일간 머무르며 정신없이 현장을 조사하는 동안에도 수 없이 피해 지역의 주민, 정부 관계자, 국외 전문가들을 상대해야 했다. 주민설명회가 열리면 수백 명의 피해민들과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기 일쑤였고, 일부 주민은 격렬하게 항의하며 물병을 던지도 했다. 당황스럽고 경황이 없는 와중에서도 그는 과학자로서 최선을 다해 대응했지만, 결국 과도한 스트레스와 체력 저하로 한 쪽 성대가 영구마비되는 불운을 겪게 된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회의에도 참석할 수 없던 그의 상태는 연구소를 그만둘 각오까지 해야 할 정도로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한달 여 만에 한쪽 성대만으로 목소리가 기적적으로 회복되었고, 이후 그는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FUND)에 과학적 사실과 논리를 바탕으로 피해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정부의 유류오염 방제 및 다양한 주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과학적인 자료 제공에도 적극 기여했다. 당시 태안에 머무르며 쌓아 온 그의 연구결과와 추후 10년 지속한 유류오염 영향 및 환경복원 연구결과는 많은 SCI 논문으로 국제학술지에 게재되고, 저명한 유류오염 관련 영문 저서에 허베이 스피리트호 유류오염 연구가 사례로 실리는 등 국제적으로 그 성과를 인정받게 된다.
그의 단호하고 직설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당시의 일화가 있다. 한번은 현장조사 중 청와대의 부름을 받아 정책실장과 여러 비서관들이 배석한 회의에 참석했는데, 일을 수습하기보다 현장의 대응을 지적하는 모습에 발끈했다고. 그는 “수년 전부터 여러 자료에 근거해 이런 대형 유류 유출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를 대비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때는 정부가 콧방귀도 안 뀌더니, 이제 와서 과학자들은 뭐 했냐고 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과학자들만 탓하지 말고 정부도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시오!”라고 일침을 놓은 것이다.

“회의 끝나고 복도에서 다들 난리가 났어요. 이런 자리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말입니다. 과학자들이 사석에서는 제 말에 동의하지만, 공식회의에서는 각 기관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큰 사건이 터지면 모든 정부 부처와 기관이 뭔가를 하려고 다들 달려들지만, 막상 회의를 해보면 서로 필요한 부분만 취하고 책임은 안지려고 해요.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의사결정이고, 과학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어떻게 처리할지를 의논해야 하는데, 상황을 따지고 누구 탓을 하고 기관의 논리를 앞세우는 모습에 화가 났습니다.”

그는 국민의 눈에는 해양수산부나 환경부, 행정안전부, 문화관광부가 다 같은 하나의 정부이기 때문에 부처와 산하 연구기관의 논리를 앞세우기보다는 과학적인 판단 하에 각 부처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신속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편한 것만을 취하고 생색을 내려는 정부 관계자와 과학자들의 행동에 정곡을 찌르며 적절한 대응의 중요성을 일깨웠던 사이다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남해연구소 정착, 미세플라스틱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연구를 선도하는 성과 이룩

그가 최근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환경·생태 분야에서 가장 핫한 주제 중의 하나이면서 국제 해양환경 현안문제인 미세플라스틱 연구를 10년 전부터 진행해 온 일이다. 해양환경에서 미세플라스틱의 분석기술 개발, 오염평가, 풍화에 의한 미세플라스틱 생성기작 규명에 관한 연구는 그가 기존에 몸담았던 유해물질의 환경오염 문제와도 연계된 것이었기에 평소에도 그의 주요 관심사였다.

“현장조사를 다니며 너무나도 많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목격했지만, 눈에 빤히 보이는 이 문제가 오랜 기간 전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죠.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양오염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정식 연구과제 없이 동료들과 함께 시범 연구를 시작했는데, 이후 연구를 통해서 해답을 찾아야 할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군요. 결국 기존의 연구를 점차 줄여가면서 본격적으로 미세플라스틱 연구에 전력을 투구하게 되었습니다.”
  •   사진 2. 호주 Coral Sea 10개 무인도 해양쓰레기 조사를 마치고 케언즈 항구에서 수거한 쓰레기와 한 컷(2016년)

    사진 2. 호주 Coral Sea 10개 무인도 해양쓰레기 조사를 마치고 케언즈 항구에서 수거한 쓰레기와 한 컷(2016년)

  •   사진 3. 한국해사주간 초청강연 후 패널토론 하는 모습(2019년)

    사진 3. 한국해사주간 초청강연 후 패널토론 하는 모습(2019년)

2003년 연구팀의 발전과 해양오염 연구의 편의성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근무지를 본원이 아닌, 거제도의 남해연구소로 옮겨야만 했다. 부모, 형제가 지척에 있는 서울에서, 더군다나 본인은 이미 서울 소재의 타 연구기관에 정식 채용도 확정된 상태였고 서울에 있는 연구소에 잘 다니고 있는 아내에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가족에게 부담을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연구팀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책임자로서 안 내려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술 몇 잔을 걸치고 어렵사리 주말부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자, 그에게 돌아온 것은 단 5초의 망설임도 없는 아내의 대답이었다. “그냥 같이 가! 설명을 안 해도 당신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알아.”. 그는 그때 당시 자신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며 선뜻 거제도로 내려와 준 아내가 한없이 고맙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해양학과 동기로 만난 아내는 그의 첫사랑이자 해양학과 33명 정원의 유일한 여학생이었는데, 그는 무려 3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랑을 쟁취한 행운아인 셈이다. 이제 20대로 성장한 두 아들과는 자주 여행을 다니며 함께 서핑과 스키를 타러 가는 등 가정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자상한 남편이자 아버지다.

  •   사진 4. 남해연구소 연구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가족사진

    사진 4. 남해연구소 연구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가족사진

  •   사진 5. 남해연구소 북카페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 심원준 책임연구원

    사진 5. 남해연구소 북카페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 심원준 책임연구원

3년 간 올인해보고 만약 더 이상 비전이 없어 보이면 연구소를 그만두고 다 함께 나가자고 연구팀과 다짐하고 거제도로 내려온 초창기에는 많은 고생이 따랐지만, 남해연구소에 정착한 이후 동 연구는 급성장했다. 클라리베이트 어낼리틱스(Clarivate Analytics, 구 톰슨-로이터스)에서 그 영향력을 입증한 바대로 KIOST를 해양 미세플라스틱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연구를 선도하는 기관의 반열에 오르게 한 것이다.

혁혁한 성과로 존경받는 동시에
‘일 많이 시키는 상사’ 이기도

2016년 5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남해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는 그의 리더십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간섭하기보다는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지만, 기본을 지키지 않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고. 특히 협력(팀워크)을 매우 중시해서 가장 좋아하는 문구도 「삼총사」의 모토인 ‘모두는 한 명을 위해, 한 명은 모두를 위해(All for one, one for all)’이다. KIOST 직원이나 가족, 다른 모임도 모두 이 마음을 가지면 즐겁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이 세상에 문제없는 조직이나 일은 없어요. ‘연구’ 자체가 어떤 문제에 부딪히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기에 이를 어떻게 대하고 해결하는지 그 과정이 중요한 것이죠. 물론 힘들 때도 많지만, 최대한 담담히 받아들이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다소 깐깐해 보이는 첫인상으로 짐작컨데 언뜻 원리 원칙을 중시하고 보수적일 것 같지만, 그는 의외로 파격적이고 열린 마인드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연구원의 사고는 틀에 박히지 않고 자유롭고 열려있어야 한다는 그는 진지한 것보다는 편하고 재미있는 것을 선호하고, 소통은 횟수와 시간보다는 질을 중요시해서 회의도 매우 짧게하는 편이다. 뻔한 이야기나 판에 박힌 스타일은 절대 사절이다. 학생시절부터 소장직을 수행할 때도 한결같이 날씨가 더우면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다는데, 복장에서조차 열려있지 않으면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의 모토는 ‘재미없으면 그만두자.’는 것. 재미가 있어야 슬럼프와 난관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꼼꼼하고 일을 많이 벌이는 스타일이라 과도한 업무량에 힘들어하는 직원도 있다. 그가 이끈 프로젝트가 좋은 성과를 내고 후배들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지만, 동시에 같이 일하면 일이 끊임없다는 소리도 듣는 이유다. 함께하는 후배들이 고생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그는 ‘나의 연구방식과 리더십을 반면교사 삼아 장점은 취하고, 내게 부족한 점은 꼭 개선해서 나보다 더 나은 연구자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사진 6. KIOST 체육대회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한 깜짝 댄스공연 모습(2013년)

    사진 6. KIOST 체육대회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한 깜짝 댄스공연 모습(2013년)

  •   사진 7. 함께 연구하는 동료들과 온누리호    선교 위에서 단체사진 촬영 모습(2017년)

    사진 7. 함께 연구하는 동료들과 온누리호 선교 위에서 단체사진 촬영 모습(2017년)

바쁜 와중에도 우선순위는
학생들을 위한 강연과 저술 활동

학생지도와 논문 및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학회에서 발표하고 과제를 따오는 일만 해도 그의 하루는 분주하다. 공식적으로 등재된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논문만 거의 174편에 달한다는데 그간의 자료와 성과만으로도 충분하련만, 남에게 부끄럽지 않고 본인이 만족할 만큼의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쉴 틈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바쁜 와중에도 그가 열 일을 제치고 달려가는 곳이 있다. 바로 학생들을 위한 강연장이다. 뭔가를 배우고 시도하는 학생들이야말로 시간 투자 대비 교육의 가성비가 높다는 것. 해양과학 분야는 그리 인기가 많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이기에 바다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없으면 빠져들기 쉽지 않지만, 자신의 강연을 듣고 단 한두 명이라도 해양 분야와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진로를 결정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엄청난 효과라고 그는 말한다.

“한번은 부산 서여자고등학교에서 강연 요청이 왔어요. ‘인문학 페스티벌’이라고 학생들이 직접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하고 강사를 초빙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제가 공저로 쓴 ‘바다로 간 플라스틱’을 보고 연락을 주었답니다. 소위 말하는 ‘높은 사람’이 불러도 바쁘면 가지 않았는데, 학생들이 직접 선택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안 갈 수가 없더군요. 가보니 학생들이 제가 쓴 책을 모두 가지고 와서 강의를 듣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어요. 사인을 요청하길래 그림도 그려주고 격려의 말도 적어주었는데,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은 언제라도 즐겁습니다.”
  • 사진 8. UN 청소년환경총회에서 강연하는 모습(2019년)

    사진 8. UN 청소년환경총회에서 강연하는 모습(2019년)

  • 사진 9. 부산 서여자고등학교 인문학 페스티벌에서 특강 후 저서에 사인하는 모습(2019년)

    사진 9. 부산 서여자고등학교 인문학 페스티벌에서 특강 후 저서에 사인하는 모습(2019년)

  • 사진 10. APEC 역량강화 워크숍에서 개도국 교육생들에게 해변의 미세플라스틱 조사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2017년)

    사진 10. APEC 역량강화 워크숍에서 개도국 교육생들에게 해변의 미세플라스틱 조사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2017년)

  •  사진 11. 제주도 김녕해변에서 학생과 함께 미세플라스틱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2018년)

    사진 11. 제주도 김녕해변에서 학생과 함께 미세플라스틱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2018년)

국내 불모지였던 ‘중대형 플라스틱이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연구 시도

그는 최근에 일을 하나 벌였는데 속으로는 후회막심이라며 웃었다. 바로 올해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게 될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플라스틱 쓰레기 영향 평가 기술개발’ 연구사업이다. 미세플라스틱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선두그룹이지만, 중대형 플라스틱에 관한 연구는 불모지와 같은 국내 현실을 외면하기 힘들어서였다.

“수월성을 확보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 연구를 계속하면 쉽고 편하게 앞서 나아갈 수 있죠. 그러나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미세플라스틱만 들여다봐서는 절대로 풀 수가 없어요. 미세플라스틱 자체는 제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대형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문제를 함께 풀어야 돼요. 우리나라에서 중대형 플라스틱은 그냥 치우면 되는 것 정도로만 치부되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가 전무한 실정입니다. 연구팀과 많은 고민을 했는데, 결국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습니다. 편한 길을 놔두고 내가 왜 또 일을 벌였을까 매번 후회하지만요. 하하”

마지막으로 올해의 KIOST인상을 수상한 소감을 묻자,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모든 성과는 혼자가 아닌 남해연구소 위해성분석연구센터를 비롯한 많은 원내·외 공동연구팀과 함께 이룬 성과”라고 말했다. 어릴 때 꿈이었던 과학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공공기관인 정부출연연구소에 근무하면서 국가 현안 해결에 기여하고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는 앞으로 후배들에게 길을 빨리 열어주고 제2의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명예롭게 조기퇴직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 12. KIOST 남해연구소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하는 심원준 책임연구원

사진 12. KIOST 남해연구소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하는 심원준 책임연구원

“젊은 나이부터 중책을 짊어지고 바쁘게 달려온 세월이었죠. 물론 그 시간이 싫었던 건 아니지만 이제는 툴툴 털고 가족과 저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연구에 치여 그동안 손을 놓았던 저술활동은 물론, 자유롭게 환경 분야의 강의와 컨설팅을 하는 여유있는 일상을 꿈꿉니다.”

해양학자라는 직업에 대해 ‘다른 분야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일들을 할 수 있다는 매력, 그리고 과학적인 발견에 대한 즐거움뿐만 아니라 국가적 또는 국제적인 현안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그가 믿는 최고의 가치는 ‘사랑’과 ‘사람’이다. 최고의 감동을 주는 것도 사람이고, 최고의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사람이라는 것. 현실을 날카롭게 직시하는 냉철함, 즐거움에 푹 빠지는 열정, 사람과 자연을 아끼고 배려하는 그의 모습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 인간미 물씬 풍기는 과학자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 본 기사는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켜 안전하게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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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1-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