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귀신 잡는 해미래
- 해양특종을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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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4-12-26
(제3화)해양 특종을 잡아라!귀신 잡는 해미래
(포항 동쪽 70km, 수심 1400m.)
이판묵박사: (배 안에서 모니터를 보며)이상하단 말이야. 왜 여기만 오면 소나(바닷속 물체나 지형을 탐지하는 음향탐지기)가 흐려지는거지?
연구원1: 그러게 말이에요. 시야도 흐린게 꼭 귀신이 나올 거 같네요.
이판묵박사: 그러고 보니 고려시대에 이 부근에서 큰 배가 침몰하면서 억울한 영혼들이..
연구원1: (귀를 막으며)그만, 그만요!
이판묵박사: (웃으며)그 배 이름이 아마 타이타닉이랬지?
연구원1: 휴우
이판묵박사: 빨리 실험용 잠수정, 해미래나 내려봐. 바닥이 심상찮아.
이해양: (황특종에서 귓속말을 하며)거봐요. 오길 잘했지? 뭔가 기삿거리가 나올 것 같은데.
황특종: 그래도 좀 으스스한 걸?
이해양: (비웃으며)어휴. 남자가 겁은 많아서 난 차라리 귀신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네. 3월호부터 납량특집으로 가는 거지 뭐~.
황특종: (놀리며)그런데 왜 떨어?
연구원2: (이판묵박사에게 다급히)바다 밑바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판묵박사: (모니터를 보며)이상한데?울릉분지는 원래 완만한 내리막 경사잖아.
연구원2: 그런데 왜 볼록 솟아 있죠?
이판묵박사: 좀 더 가까이 가보지! 자, 10m 더 전진!
연구원1: (모니터에 이상한 것을 발견)저게 뭐지?
연구원3: 과...과..관벌레다!
이해양: (관을 상상하며)관?꺅..무서워~(황특정에게 안긴다.)
이해양: (민망해하며)엥!(연구원들이 웃는다.)
이판묵박사: '관벌레'에는 해저면의 열수분출구나 냉수분출구에서 나오는 황화물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영양분을 만드는 박테리아가 살고 있어요.
이판묵박사: (감격하며)내 살아생전에 울릉분지에서 관벌레를 보게 될 줄이야.
이해양: 그냥 박테리아 하나 가지고...
이판묵박사: (버럭)그냥 박테리아라뇨!광합성이 아닌 화학합성으로 에너지를 얻는 박테리아인데!
이판묵박사: (혼자 감격하며)이 박테리아는 지구상에 처음 생명체가 생겨난 비밀도 간직하고 있죠. 의학이나 생명공학에도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황특종: (모니터를 보며)그런데 지금 뭐하는 거죠?해미레에 팔이 달렸네?
이판묵박사: 우리 관벌레를 데려가야죠!해미래에는 이런 로봇팔이 2개나 있어요. 손 역할을 하는 도구를 바꿔가면서 용접도 하고 밧줄도 자르죠.
이판묵박사: (연구원들에게)자, 이제 토양 시료 채취를 시작하지!관벌레가 어떤 땅에서 사는지 한번 보자구!
황특종: (모니터를 보며)그러고 보니 여기 흙 색깔이 좀 독특한 것 같아요.
이판묵박사: 눈썰미가 좀 있으시네여. 자세한 건 시료를 좀 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이 부근에 지름이 200m쯤 되는 타원형 바이오매트(생물체에 의해 토양의 광물화가 일어나 생성된 특이한 지질) 형성된 것 같아요.
이해양: 귀신의 정체가 밝혀지는 건가?
황특종: 이제 해미래를 올리나 봐요.
(해미래를 들어올림)
이해양: 올라오는 김에 저 게나 좀 잡아왔으면 좋겠네. 저걸 라면에 넣어서 끓이면 맛이 기가 막히다던데!
황특종: 내가 잡아 줄까요?
이해양: 정말 그래주시겠어요?지금 수심이 1400m니까 압력이 140기압...손톱 위에 140kg 역기를 올려놓는 셈인데.
황특종: (당황하며)어이쿠...
이판묵박사: (들어올린 해미래를 보며)자. 어디 관벌레 얼굴 좀 볼까요?
연구원들: 헉..!
이판묵박사: 사람들 참. 그렇게 신기한가?
이판묵박사: (놀라며)헉..!
이판묵박사: 누가 밧줄을 어쩌고...바다 오염, 저쩌고..
이해양: (실망하며)특종인 줄 알았는데.
연구원1: 박사님~!채취한 표층 시료에서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나왔어요!
이판묵박사:(감격하며)진짜?그것 때문에 메탄가스가 나와서 지반이 솟아 있었구먼!관벌레가 그런 환경에서 살 줄 이야. 이리 가져와 보게!연구할 게 많겠어!
연구원들: 연구해보자(우루루 배안으로 들어간다)
이해양: 진짜 메탄하이드레이트라면 그게 더 대박인데요?
황특종: 일명 불타는 얼음!대체에너지원 아냐.
이해양: 해미래가 해저자원도 찾아낼 줄이야.
이해양: (해미래에 붙어 있는 홍게를 보며)오홋!홍게!바다에서 따라왔구나..
이해양, 황특종: 홍게 넣은 라면을 상상한다.)
이해양: (라면을 꺼내며)에잇!금강산도 식후경인데 홍게 라면 어때요?내 이럴 줄 알고...
황특종: 뜨헛!이런 걸 언제 다.
이해양: 오늘 해미래 덕분에 심해 맛 제대로 느끼고 가네.
이판묵박사: 오홋, 같이 먹읍시다!불은 메탄하이드레이트로 붙이셨나?
2010년 2월 11일 한국해양연구원 시스템안전연구소
이해양 기자의 좌충우돌 취재노트
"이게 해저 6000m까지 내려간다고요?" 길이 3.3m, 폭 1.8m, 높이 2.2m인 빨간색 무인잠수정 '해미래'의 첫인상은 귀여운 케이블카 같았다. 자세히 보니 양옆으로 길고 짧은 로봇팔 2개, 카메라 8대, 조명장치에 각종 샘플링 장비와 탐사 장비가 온몸 곳곳에 장착돼 있었다. 온몸을 철통같이 방수처리한 모습에서 범상치 않은 심해잠수정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수심 6000m까지 내리는 만능 감수정
“물속에서는 수심이 10m 깊어지면 압력이 1기압씩 증가합니다. 수심6000m에서는 600기압, 즉 1cm²당 600kg의 압력이 가해지죠. 게다가 심해의 화산 분출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은 온도가 350°C로 매우 뜨거워요. 심해잠수정을 만드는 데 우주선을 만드는 기술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해양과학 탐사용 잠수정 해미래는 미국과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된 심해무인잠수정이다. 해미래를 개발한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 이판묵 박사는 “심해잠수정을 만드는 기술은 우주선을 만드는 것만큼 첨단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압력이 높고 빛과 전기가 잘 통과하지 않는 심해에서는 육지의 기술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해에서는 잠수정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제어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초단기선(USBL)'이라는 초음파 위치추적장치와 관성 속도센서를 융
합한 신개념 추적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이 위치추적장치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목표물을 5m 오차 범위에서 추적할 수 있다. 해미래는 추진 프로펠러 6개의 힘으로 전후좌우 자유롭게 이동 할 수 있다. 해미래는 8500m에 이르는 망케이블로 모선과 연결돼 심해를 정밀하게 관측한다. "해미래에는 관절이 6개나 되는 로봇팔이 있습니다. 사람의 팔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생물이나 토양 시료를 채취하고, 용접을 하거나 밧줄을 자르는 일을 할 수 있죠.” 해미래는 로봇팔을 비롯해 수중카메라, 초음파 센서, 음향속도계, 심도계, 메탄센서 등 다양한 탐사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 박사는 해미래가 “해양 환경을 연구하는 목적 외에 유전이나 망간단괴 같은 해저자원을 탐사하거나 수중구조물을 유지보수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발견! 해미래마운드'
해미래는 2006년 10월 28일 동해 울릉도 인근 바다에서 진수됐다. 이날 수심 2050m를 잠수해 바닥에 태극기를 꽂은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7월 서태평양 필리핀해 인근 바다에서 수심 5775m까지 잠수하는 데 성공했다. 2009년 5월 27일부터 6월 7일까지 수심 1450m 지점에 있는 울릉분지에서 새로운 해저
[(1)심해무인잠수정해미래가 동해에 입수하기 직전의 모습. (2)선상 제어실에서 해미래를 원격으로 조종하고 있는 연구원들.]
(관벌레로 착각한 밧줄을 채취하고 있다.)
언덕을 찾아내기도 했다. "소나(수중음향탐지장치)로 해저 지형을 측정했더니 포항에서 동쪽으로 770km 떨어진 지점에서 지름 200m, 높이 20m 정도 되는 수상한 언덕이 발견됐어요. 게다가 언덕에 가까이 갈수록 소나 신호가 약해지고 물이 혼탁해지는 거예요." 울릉분지는 한반도와 독도 사이에 움푹 파인 지형으로 완만한 내리막 경사를 이루고 있다. 당시 이판묵 박사팀 6명과 최동림 박사를 비롯한 해양생태·환경연구팀 7명, 한양대 현정호 교수의 해양미생물연구팀 6명으로 꾸려진 탐사팀은 해저에서 가스가 분출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5월 31일과 6월 4일 두 차례에 걸쳐 해저 바닥에 대한 정밀 탐사를 실시했다.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언덕은 바다 밑바닥에서 수백m 아래에 매장된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메탄가스를 발생시켜 바닥이 볼록하게 솟아오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언덕의 토양을 채취해 분석해보니 박테리아 같은 생물체의 활동으로 토양이 광물화된 '바이오 매트가 만들어져 있었다. 탐사팀은 이 지역을 해미래 마운드'라고 이름 붙였다. 이날 탐사팀은 중요한 생물자원인 '관벌레를 볼 뻔하기도 했다. 언덕에서 관벌레로 추정되는 길이 20cm, 지름 5mm 정도의 수상한 가느다란 물체가 발견된 것. 관벌레의 몸 속에는 열수분출구와 냉수분출구에서 나오는 황화물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영양분을 만드는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 이 박테리아는 지구상에 처음 생명체가 생겨난 비밀을 풀 단서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발견된 것은 결국 밧줄'로 판명이 났지만 이 박사는 “해미래가 채취한 토양 시료를 분석한 결과 메탄가스가 방출되는 지역에 생물체의 활동으로 바이오 매트가 형성돼 있었다”며 “고압, 고온(또는 저온)의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생태계가 형성되는지 알려주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해의 엄청난 압력을 견디며 살고 있는 오징어와 홍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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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