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해양법협약과 해양질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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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2-08-01
유엔해양법협약과 해양질서의 변화
- 유엔해양법협약 채택 40주년 학술회의 -
사진 1: 유엔해양법협약 채택 40주년 학술회의 현장
유엔해양법협약(이하 해양법협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연안국들의 과도한 해양관할권 주장과 해양자원 쟁탈전에 종지부를 찍고 국제해양질서의 확립과 안정에 기여했다. 유엔은 1973년부터 다자 외교회의를 개최하여 약 9년간 협상을 거쳐 1982년에 해양법협약을 채택하였다. 해양법협약은 영해, 배타적 경제수역, 공해, 심해저 제도를 확립함으로써 해양관할권 확대를 주장하는 연안국과 공해의 자유를 추구하는 해양강국 간에 대립하는 입장을 절충하고 안정적인 국제해양질서의 기초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해양법협약을 협상했던 1970년대에 고려하지 않았던 해양패권 경쟁, 해수면 상승, 해양환경 위기 등 새로운 해양법 과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7월 1일 부산에서는 해양법협약 채택 40주년을 기념하여 해양법협약의 성과를 평가하고 새로운 해양법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학술회의가 개최되었다.
KIOST 초청으로 부산에 모인 50인의 해양법 전문가와 실무자
이번 학술회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서울국제법연구원이 주관하고, 국제법평론회, 국제해양법학회, 한국해로연구회가 공동주최함으로써 총 6개 학회와 기관의 협력으로 준비되었다. 7월 1일과 2일 양일간 총 6개 세션이 진행되었고, 국제해양법학회 임지형 연구이사가 전체사회를 맡았다. 소수의 발표자와 지정토론자로 구성되는 기존 학술회의와 달리 해양법협약의 성과와 과제를 자유롭게 논의하기 위해 다수의 패널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고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는 패널토론 형식으로 회의가 진행되었다. 개회식에서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윤호 부원장,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김종덕 원장, 서울국제법연구원 이근관 원장의 인사말이 있었다.
사진 2: 축사하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이윤호 부원장
사진 3: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김종덕 원장이 축사하고 있다.
사진 4: 서울국제법연구원의 이근관 원장이 축사하고 있다.
개회식을 마친 후 국제해양법재판소 소장을 역임한 백진현 재판관이 기조연설을 통해 학술적 논의의 문을 열었다. 백진현 재판관은 ‘해양법에는 많은 국가가 연계되어있어 법을 정의하고 채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오늘 회의의 목적은 체제가 잘 작동이 되고 있는지 분석하고 향후 방향성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교류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라 말하며 학술회의의 목적을 상기시키며 기조연설을 마쳤다.
사진 5: 기조연설 중인 국제해양법재판소의 박진현 재판관
사진 6: 학술회의에 참석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단체 사진
바다의 헌법 ‘유엔해양법협약’
유엔해양법협약은 1982년에 채택된 다자조약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2월 28일 발효되었다. 2022년 7월 현재 유엔해양법협약은 168개국이 당사국으로 참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양에 관한 가장 권위 있고 보편적으로 수용되는 국제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의 탄생과 함께 협약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구도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에 설치되고 21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국제해양법재판소(International Tribunal for the Law of the Sea, ITLOS)는 협약의 해석이나 적용에 관한 분쟁을 재판하는 국제기구이다. 유엔해양법협약을 지탱하는 또 다른 기구는 대륙붕한계위원회 (Commission on the Limits of the Continental Shelf, CLCS)이다. 유엔해양법협약 제76조에 따라 ‘200해리 외측의 대륙붕 연장의 과학적 판단과 그 외측 한계를 설정’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유엔해양법협약 제11부에서 규정된 심해저를 관리하는 기구로는 국제해저기구(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가 활동하고 있다. 파르도 대사가 제창했던 인류공동유산, 즉 심해저와 그 자원을 국제사회를 대신하여 관리하는 기구이다. 유엔해양법협약은 고정되고 고착된 규범은 아니다. 구체적인 이행은 여전히 각국의 국내법을 통해 해석되고 이행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갈등도 야기되고,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해양 활동에 대하여는 상호 충돌 현상도 발생하게 된다. 해양법협약은 해양의 이용과 보전을 위한 기본원칙, 연안국과 기국의 권리와 의무, 해양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관한 체제를 규율하기 때문에, 해양법협약의 구체적인 이행은 각 당사국에게 맡겨져 있다. 총 320개 조문을 담고 있는 유엔해양법협약은 역사상 가장 많은 국가가 가장 오랫동안 협약을 채택하기 위해 진행한 회의를 통해 탄생했다는 의미는 있지만, 모든 국가의 의견을 절충하는 과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모호하게 타협된 해양법협약 규정을 구체적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국가들 간의 의견대립과 충돌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당사국에게 부여되어 있다. 게다가 40년 전에 채택된 해양법협약은 새롭게 대두되는 해양법 문제와 과제를 모두 다루지는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사진 7: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 심리 전경
해수면 상승과 해양법 과제
학술회의의 첫날은 1, 2, 3세션이 각 90분간 진행되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유엔해양법협약 체제와 40년 성과와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오찬 후 가진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해양 패권 경쟁과 유엔해양법협약’에 대해 논의하였다. 첫날의 마지막 순서인 3세션에서는 지구온난화로 가속화되는 ‘해수면 상승과 해양법 과제’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근관 서울국제법연구원 원장의 사회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김민수 박사,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김원희 선임연구원, 고려대학교 박기갑 교수, 부산대학교 박배근 교수, 아산정책연구원 심상민 박사, 서울국제법연구원의 이동은 박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3세션의 주요 내용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생기는 해양법 문제였다. 해수면이 지속해서 상승하면서 국가의 실제 기선이 통상기선과 달라지고, 섬이 수몰되는 등의 문제가 생기면서 연안국이 설정한 기선과 해양경계의 변화 가능성이 논의되었다. 부산대학교의 박배근 교수는 해수면 상승 관련 법적 쟁점에 관한 ILC의 최근 논의와 시사점에 대해 발표하였다. 세부 쟁점을 총 6가지로 나누었는데,
*ILC의 문제 분류와 작업 범위
1. 기선과 관할 해역의 외측 한계2. 해양경계획정
3. 기선 설정과 경계획정에 관한 섬과 암석의 역할
4. 이미 경계나 기선이 확정된 수역에서의 연안국과 그 국민 및 제3국과 그 국민의 주권적 권리 및 관할권 행사
5. 섬과 암석의 법적 지위 및 섬이 흩어져 있는 연안국의 해양 권원에 대하여 해수면 상승이 미칠 수 있는 법적 영향
6. 국제법상 인공섬의 법적 지위, 그리고 해수면 상승에 대한 대응/적응 조치로서의 간척과 섬 강화 활동 등의 법적 지위
다른 모든 문제의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기선과 관할 해역의 외측 한계라 설명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육지 쪽으로 기선이 후퇴하게 되고, 그렇다면 기선이 이동해야 하는지, 그리고 배타적경제수역 또한 기선 이동을 따라 변경되어야 하는 것인지라는 문제가 있다. 박배근 교수는 기선이 고정되어야 하는지 변동 가능해야 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지적하면서, ILA는 기선이 변동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소개하였다.
사진 8: 해수면 상승과 해양법 쟁점에 관하여 설명하는 김원희 선임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 정책연구소의 김원희 선임연구원이 박배근 교수의 포괄적인 의견에 이어 구체적으로 어떤 쟁점들을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발표하였다. 해수면 상승은 해양의 물리, 화학, 생물에 다양하게 적용된다고 말하며, 연안이 침식되면서 해양지형이 수몰되는 등 물리적 변화에 대한 현실적인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2012년 ILA기선위원회의 결론처럼 기선이 이동 가능하다면 기존에 합의된 해양경계 조약의 효력과 적용도 일정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간의 중재판정의 판단을 소개하며 중재재판소가 국가들이 합의했거나 국제재판소의 판결로 획정된 해양경계의 안정성과 확실성의 원칙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기선 문제에 있어서는 해양법협약 제5조에서 말하는 기선이 실제 저조선을 말하는 것인지 국가가 공인한 해도에 표시된 통상기선으로 봐야 하는지 해석상의 문제가 존재하였으며, 배타적경제수역에서도 해양 관할권 외측한계의 유효성이 다투어지면 그 해역을 항행하는 선박들은 타국의 배타적경제수역인지 공해인지를 결정하기 어렵게 되고 이는 혼란과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음을 조명했다. 대륙붕의 경우에는 연안국의 육지영토의 지질학적 및 지형학적 상황에 따라 해수면 상승이 가져오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며, 해양법협약이 허용하는 범위를 초과하는 대륙붕 외측한계 주장은 심해저를 잠식하기 때문에 대륙붕한계위원회가 연안국이 제출한 과학기술 정보의 정확성을 검토하여 권고를 채택하면 연안국은 그 권고에 따라 대륙붕 외측한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기선이 변동될 때 제76조에 따라 설정된 대륙붕 외측한계를 변경할 수 있는 제도나 절차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연안국이 대륙붕한계위원회의 권고를 얻어 200해리 밖의 대륙붕 외측 한계를 설정하면 이는 최종적이고 구속력을 갖는 영구적인 한계선이 된다고 한다. 다만 대륙붕한계위원회의 과도한 업무량과 제출된 정보에 대한 타국의 이의가 있는 경우 검토를 진행할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상당히 많은 수의 정보에 대한 대륙붕한계위원회의 권고 채택이 지연되고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점도 지적하였다. 그 외에도 섬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육지 대부분이 수몰되거나 해수화로 인해 인간 공동체의 거주가 불가능해지는 경우에 이를 국제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달하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해양법 과제에 대한 논의를 마쳤다.
사진 9: 바다의 공간 구분과 대륙붕 연장 개념도
사진 10: 한국의 대륙붕 연장 신청 구역
해양과학기술의 발전과 유엔해양법협약
학술회의 둘째 날은 남은 4, 5, 6세션을 진행하였는데 그중 4세션 해양과학기술의 발전과 유엔해양법협약에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양희철 소장이 사회로, 이창열 책임연구원과 모영동 선임연구원이 패널로 참석하였다. 그 외에도 이화여자대학교 김영석 교수, 성균관대학교 이길원 교수, 국립해양조사원의 임관창 과장 또한 패널로 함께 했다. 4세션에서는 해양법협약이 채택된 40년 전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예상하지 못했으나 해양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롭게 대두되는 해양법 문제를 주로 다루었다. 예를 들면, 광산폐기물 해양배출 문제, 해양 지구공학 활동, 해양쓰레기, 로켓 잔재물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양자원의 개발에서 해양환경 보호로 지속가능개발의 패러다임의 필요성이 논의되었다.
이화여자대학교의 김영석 교수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런던 의정서의 광산폐기물 해양환경 보호 정책에 따라 투기로 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염수를 방류하는 시설 자체가 ‘투기’에서 말하는 플랫폼이나 인공 해양 구조물이 아니냐는 입장이 있다는 내용을 전하며 유엔해양법협약 제1조 제4항에 따라 ‘투기’에 해당한다면 해양법협약 위반으로, 그렇지 않더라도 런던 의정서 제2조 목적을 위해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사진 11, 12: 4세션의 진행을 맡은 양희철 해양정책연구소 소장과 광물자원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는 이창열 책임연구원
사진 13: 국제해저기구 총회 전경
뒤이어 이창열 책임연구원은 심해저 광물자원의 이용과 개발에 관해 발표하였다. 심해를 탐사할 수 있는 기술을 얻고 나서 인류에게 유용한 광물자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어떠한 선점도 막기 위해 법적 규제를 만들었다. 유엔해양법협약은 심해저와 광물자원을 인류공동의 유산으로 규정하였다. 당시 인류에게 유용한 가치이지만 개발을 하게 되면 심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나왔다면 개발보다 보호 가치를 따져 금지규정을 만들었겠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현재도 광물자원을 개발했을 때 영향이 어떠할지 불분명하다며 해양환경에 대한 영향을 해양과학기술이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심해저 환경은 독특해서 충격이 가해지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강화된 환경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해양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규범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이창열 책임연구원. 그는 우리나라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해양학적인 정보나 증거가 있어야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법적 제도보다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그 근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사회자인 양희철 소장 또한 해양환경 보호와 보전의 중요성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임을 인정하고 우리가 선도해나가야 한다고 말하였다.
사진 14: 해양 유전자자원에 관해 설명하는 모영동 선임연구원
이어서 모영동 선임연구원은 인간이 해양 과학기술을 빌리지 않고 바다에서 뭘 할 수 있는가 생각해 봤다는 말로 시작하였다. 헤엄을 치거나 잠수를 하는 것만으로 바다를 이해했다면 그 범위가 짧았을 것이라며 과학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더 많이 이해하고 먼 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고 말하였다. 해양 과학기술의 발전이 자료를 만들어내고 해양법 기초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해양 유전자자원에 대한 의견을 꺼내놓았다. 해양바이오산업 시작을 1980년대로 잡는데 바이오 혁명이 일어나며 많은 신약이 나온 것이 1990년이라 하였다. 하지만 해양법협약은 해양유전자원에 대한 과학기술 연구가 진척되기 이전인 1982년에 채택되어 해양유전자원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휴먼게놈프로젝트를 할 당시 인간의 모든 유전체를 밝히는데 30억 달러가 들었는데 이젠 10만 달러 수준이 되었다며 우리 유전체를 분석하는 것이 100달러까지 내려가면 각자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질병의 특성을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이처럼 유전체 분석시장과 같이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새로운 규범 체제가 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바다는 우리에게 생활 공간이 아니었지만, 언젠가 해저에서 생활을 할 수 있는 때도 온다면 새로운 규범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모영동 선임연구원의 발표는 끝이 났다.
사진 15: 6세션 진행을 맡은 박성욱 박사 (국제해양법학회 회장)
시간과 싸우는 해양법
이후에도 ‘한반도 주변수역 해양 갈등과 대응 방향’과 ‘해양환경 위기와 유엔해양법협약 체제의 대응’ 내용으로 학술회의는 진행되었다. 전체 학술회의의 쟁점은 ‘시간 싸움’이 아닐까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은 계속해서 이뤄지고, 그에 발맞춰 해양환경 오염도 가속화되며, 해수면은 끊임없이 상승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기 위한 법을 함부로 채택할 수 없기에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점검하면서 시간에 밀려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우리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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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수정일 :
-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