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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 Technology

낯선 도전이 즐거운 KIOST의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

  • 조회 : 261
  • 등록일 : 2021-10-05
낯선 도전이 즐거운
KIOST의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
- 해양기후예측센터 강현우 센터장 -


낯선 도전이 즐거운 KIOST의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

학생들에게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다면, 대부분 수학과 과학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 강현우 센터장은 학창시절 가장 좋아했던 과목으로 수학과 과학, 그중에서도 난이도가 지옥급이라는 물리를 꼽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왠지 어려운 걸 해보고 싶은 도전감. 그런 게 좀 있었던 것 같아요.”
경기과학고 1기생으로 입학
물리와 공학에 관심 많았던, 하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학창시절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수학과 과학의 고난이도 문제를 푸는 것이 취미일 만큼 학업성적이 우수했던 그는 1983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과학고인 경기과학고 1기 생으로 입학한 전형적인 '사이언스 키드'다. 그러나 중학교 때 공부 꽤나 했다고 자부했던 그에게 과학고의 입시시험은 큰 충격을 안겨줬다. 항상 재미있다고 여겼던 수학문제가 세상에 이렇게나 어려울 수 있는지 몰랐다고.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정말 대단한 수재들이었고, 자신은 단지 운이 좋았던 우물안 개구리였음을 절실히 깨닫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렇게 꿈 많았던 고교시절을 과학과 철학, 종교와 인생에 대한 고민으로 채우다가 원하던 학과의 제때 진학은 실패하고 만다. 하지만 그 시절을 가장 멋지고 소중한 삶의 한 자락이었다고 추억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가 다양했던 만큼 순수과학과 공학 중 하나를 선택하는 길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특히 항공공학과 컴퓨터는 물리학과 더불어 가장 매력있는 분야였고, 그나마 잘하는 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거라고 생각했기에, 반려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해양학은 모든 과학기술을 두루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종합과학이라는 매력이 있었지만 당시 가장 하고 싶었던 학문은 아니었다. ‘인류의 미래는 바다’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다학제적 특성을 생각해서 차선책으로 지원했었는데, 그것이 서울대 해양학과와의 인연이 되었다.

악천후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룬 선상 실습
수치모델링 연구 중 KIOST와 첫 인연

그러나 “해양학 중에서도 해양물리학을 전공하면 되지”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대학에 다니던 중 “아, 해양학은 정말 할 게 못 되는구나!”를 연발했던 웃픈 기억도 있다. 3학년 때 선상 실습을 나간 일이다. 여수수산대학교의 실습선을 타고 대한해협과 남해안 일대의 수온과 염분 구조, 영양염과 플랑크톤을 연구하는 교수 및 대학원 선배들과 동행하며 본인들의 전공과 관심 분야를 모색해보는 실습 과정이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실습기간 내내 무섭게 몰아치는 비바람과 넘실거리는 파도는 끊임없는 배멀미와 구토를 유발했다. 2박 3일 동안 밥 한술도 못 먹을 정도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며 해양학을 선택한 일을 엄청 후회했다는 그는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서툴렀던 시절의 귀여운 투정, 재미있는 추억으로 느껴진다고. (28년 후 대한민국 최고 해양조사선 이사부호에 승선하여 한 달여 간에 걸친 인도양 열대해역 최초 탐사에 참여했는데 격세지감(隔世之感)은 이럴 때 쓰는 말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한다.)

사진 1. 이사부호의 인도양 첫 탐사 출항 전 스리랑카 콜롬보 항구에서 (2017년 7월, 앞줄 오른쪽)

사진 1. 이사부호의 인도양 첫 탐사 출항 전 스리랑카 콜롬보 항구에서
(2017년 7월, 앞줄 오른쪽)

이듬해에는 서울대 대학원 실험실에서 국내 최초로 캠퍼스 내에 위성 안테나를 설치,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위성을 직접 수신하며 바다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부전공으로 계산통계학을 이수하던 그는 이곳에 자원해 인공위성을 통해 해면의 수온을 도출하는 업무에 투입되어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위성 자료의 처리와 알고리즘 개발에 흠뻑 매료됐다. 내친김에 관련 분야로 석사 논문을 준비했는데, 위성 자료를 활용한 동해의 동안 난류 수온 변화 및 중규모 변동 양상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박사과정에 들어가며 마음이 바뀌었다. 위성 분야가 신(新)학문이기는 했지만, 바다 표면의 정보만을 다룬다는 점에 한계가 느껴졌다. 그가 정작 궁금했던 것은 바닷속의 구조와 해류의 흐름이었는데, 이를 종합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툴은 수치모델링이라고 판단됐다. 그는 위성 자료를 활용한 해양순환 연구에 수치모델링을 적용해 보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고, 이는 KIOST와의 첫 인연으로 이어졌다. 박사과정 병역특례(전문연구요원)기간이 끝나갈 무렵 KIOST(당시 한국해양연구소)에 근무하는 선배들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위촉연구원 신분으로 정경태 박사와 함께 ‘조석과 바람의 효과를 고려한 황해-동중국해의 순환모형’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 그는 연구 과정에서 외국의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아닌, 자체적으로 3차원 해양순환모델을 직접 개발하는 시도를 하기에 이른다. 이는 평소에 꼭 해보고 싶었던 수치모델링 기술을 직접 구현해 볼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이자, 이후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며 해양학자로서 첫발을 내딛는 밑거름이 되었다.

하와이대학 연수를 통해
바다를 보는 시야와 안목 넓혀

그러나 국내에서 황해와 동중국해, 동해 정도의 바다만을 바라보던 그에게 세상의 바다는 훨씬 넓고 심오한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진리를 일깨워 준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박사후 연수연구원으로 하와이대학교 국제태평양연구센터(IPRC)에서 2년간 근무하며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한 일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경치와 낭만이 있는 하와이에서의 생활이 마냥 신날 수 없었던 것은 그가 개발한 수치모델이 아닌, 낯선 모델을 훨씬 더 큰 영역에 새로이 적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포함하는 영역에서 태평양 저위도 서안경계류의 계절적 변화 양상(Seasonal Variation) 및 엘니뇨, 라니냐와 같은 전지구적 규모의 변동성에 따른 해류의 경년변동(Interannual Variation)을 재현하는 모델링 연구였다. 그가 주목한 것은 태평양에서 인도양으로 에너지와 물질을 수송하는 전지구 해양 대순환의 통로인 인도네시아 통과류(Indonesia Through Flow)였다. ‘만약 인도네시아 해역이 막혀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는 이러한 가정하에 시뮬레이션을 진행했고, 결과는 놀라웠다.

“3차원 해양순환 모델링의 장점은 상상의 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많은 섬으로 둘러싸인 좁은 통로를 빠져나가는 인도네시아 통과류는 초당 천만 톤 정도의 물을 태평양에서 인도양으로 보내는데 그것이 막혀버리니 인도양과 태평양의 해류 순환이 큰 제약을 받았습니다. 그 여파가 호주 전체를 돌아가며 태평양 전체에 미쳤습니다. 특히 남극해 주변에서 남태평양을 통해 북태평양까지 수송되는 전지구적 컨베이어 벨트(대양 대순환) 시스템이 멈추면서 태평양 저위도 서안경계류가 달라지는 것을 보며 매우 신기해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당시 국내 해양학 분야에서는 한반도와 멀리 떨어진 열대 해역에 관한 연구가 미진했는데, 이곳에서 ‘적도역학’을 접하면서 적도가 마치 ‘연안역학’과정에서 제약이 되는 육지와 같은 경계처럼 작용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매커니즘으로 해류를 해석하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그의 이런 경험은 2003년 KIOST에 정식으로 입사 한 후, 연구의 시야를 크게 확장하는 또 한 번의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해양의 각 분야에서 별도의 연구가 진행되던 KIOST 연구자들 사이에서 기후변화와 해양-대기의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연구 분위기가 서서히 싹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물리해양학은 대기의 바람이나 태양복사에너지 등에 의해서 구동된 해양의 흐름과 변화를 이해하는 수준이었는데, 이제 KIOST 연구진들도 해양-대기 상호작용과 지구 기후조절자로서의 해양의 역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그의 주요 연구분야는 해양-태풍 상호작용, 특히 태풍의 발생이나 발달에 바다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반대로 태풍에 의해서 바다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가에 관한 본격적인 해양-대기 접합(태풍)모형 개발과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반응 모델링 연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돌연 런던행 비행기를 탄다.

새로운 모험, KIOST-PML 랩
한반도 만한 큰 섬 영국에서 해양생태계모델링에 눈을 뜨다

한국과 유럽의 해양과학기술 공동연구 증진을 위해 영국 플리머스 해양연구소(Plymouth Marine Laboratory)내에 KIOST-PML 랩을 설립하라는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PML은 해색위성 분석기술, 해양생태계모델링, 해양-대기 기체교환, 해양생명공학 등 해양생지화학 분야에 특화된 강소형 연구소이다. KIOST-PML 랩을 통해서 한국과 유럽의 인력과 인프라, 그리고 해양과학기술 교류를 추진하였으며, 특히 젊은 후학들이 PML의 위성 분석과 모델링 기술을 배워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은 매우 보람된 일이었다고 한다. 스스로도 해양생태계모형을 익히고 해양순환모형과 접합하여 해양시스템모델링 분야를 개척하게 된 것은 매우 감사한 기회였다고 고백한다. 귀국 후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한반도 주변해역 해양생태계 미래 전망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전지구에서 북서태평양을 아우르는 해양시스템모형 개발과 활용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경험 때문인지 지난 2월에는 원 내에 개소한 해양기후예측센터의 초대 센터장으로 임명됐다.

  • 사진 2. 지난 2월 23일(화) KIOST 제2연구동 4층에서 진행된 해양기후예측센터 현판식 모습

    사진 2. 지난 2월 23일(화)
    KIOST 제2연구동 4층에서 진행된
    해양기후예측센터 현판식 모습

  • 사진 3. KIOST 행정동에서 해양기후예측센터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는 해양기후예측센터 강현우 센터장

    사진 3. KIOST 행정동에서
    해양기후예측센터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는 해양기후예측센터 강현우 센터장

해양기후예측센터 초대 센터장으로 발령
해양기후 분석정보와 계절 전망 발간

동 센터에서 그가 처음으로 도전한 것은 매달 해양기후 분석정보와 계절 전망1) 이라는 두 가지 보고서를 발간하는 일이었다. “늘 바다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제시할 콘텐츠가 없다.”고 말하는 그는 ‘날씨의 평균적인 상태’로 정의하는 좁은 의미의 기후를 확장하여 ‘지구 환경 및 생태계의 평균적인 상태’로 기후를 정의하고, 바다에 특화된 기본적인 기후 정보를 생산하는 시도를 감행했다. 당장 내일의 날씨도 정확히 맞추기 어려운데, 3개월 후를 맞추는 것은 그야말로 신의 영역에 가까운 일이라 어려움은 불 보듯 뻔했지만, 센터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빨리 시작해야 했고, 국민에게 필요한 해양기후정보를 생산 및 시범 전망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피드백을 통해 다듬어 간다면 정보의 양과 질은 분명히 보완되고 확장된다는 생각에서다. 다행히도 이런 시도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신선하다’. ‘이런 정보가 꼭 필요했는데 지금껏 왜 안 했는지 모르겠다’ 등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지난 8월, 매스컴에 올해 7월 동해 평균 해면수온이 평년(1991~2020년) 평균보다 2.7℃ 높은 22.2℃를 기록, 최근 40년 중 가장 높았다고 보도한 일이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협의체(IPCC)가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표면 온도가 1.5℃ 높아지는 시점이 2021~2040년으로 당겨질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을 담은 제6차 평가보고서를 승인한 시점에서 주목할 만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1) 해양기후 분석정보란 해면 수온, 해수면, 해상기온, 해상강우량, 해상풍, 해상기압을 핵심변수로 우리나라 주변을 포함한 전지구 바다의 30년 기준 월별 평균치를 정의하고, 해당 월별 평균값과 평년대비 편차 정보를 제공하며, 이를 바탕으로 약 3개월~6개월의 중기예측에 관한 내용을 담은 것이 계절 전망이다. 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는 해양기후 시범 계절 전망과 함께 매월 해양기후 지표를 분석한 자료를 센터 홈페이지(http://www.ocpc.kr)에서 제공하고 있다.

사진 4. 해양기후예측센터 강현우 센터장

사진 4. 해양기후예측센터 강현우 센터장

“같은 기간 전 지구 해면수온이 0.3℃ 상승한 점을 감안한다면, 동해 수온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어요. 동해의 해면수온 상승 속도가 전 지구 평균보다 빠르며, 최근 울릉도 주변에서 적조현상이 나타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주변의 해양환경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 센터에서 제공한 정보에 많은 매스컴에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졌는데, 기후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을 높인 것은 물론, 독도에서의 생태계 변화 등에 관심이 생긴 젊은 연구자들로부터 관련 자료 요청이 많이 들어와 큰 보람을 느낍니다.”
흔쾌히 겸임을 자원, 센터와 활발한 협력 연구를
수행하는 KIOST 연구진들에게 고마움 느껴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외적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낸 해양기후예측센터. 동 센터의 수장으로서 그가 특히 감사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 단 4명의 전임 센터원으로 소박하게 출범했지만. 기후 예측 자체가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업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원내 연구진들이 본인들의 연구사업으로 바쁜 와중에서도 흔쾌히 겸임을 자원해 활발한 협력 연구를 수행하며 다방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 센터장을 맡으며 심적 부담이 컸는데, 원내의 많은 연구자분들이 도와주셔서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강진 기술원의 경우 동 센터에서 본인의 연구 인생을 바쳐보고 싶다며 선뜻 전임으로 자원해 주어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제가 무엇을 이끈다기보다 많은 분들이 열심히 도와주시기에 센터가 원활히 운영되는 것 같아요.”
  • 사진 5. 우리나라 주변해역 해수면 변화 양상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해양연구순환센터 한명희 박사(좌)와 강현우 센터장(우)

    사진 5. 우리나라 주변해역 해수면 변화 양상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해양연구순환센터 한명희 박사(좌)와
    강현우 센터장(우)

  • 사진 6. 해양기후예측센터 직원들과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6. 해양기후예측센터 직원들과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다양한 협력 도구 제안

이처럼 센터 업무의 대부분이 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그는 나름대로 효율적인 협업을 위한 도구를 선택해 제안하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협업 도구란 ZOOM과 NOTION, GIT-HUB 등이다. 가장 유용한 것은 NOTION으로, 센터의 각종 분석정보나 예측정보, 회의자료를 그 안에서 즉각적으로 생산하고 공유한다. 처음에는 어려움도 있었다. 대부분의 중견 직장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등 떠밀리듯 ZOOM을 처음 접하며 애를 먹은 경험이 있듯,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툴을 받아들이기는 누구나 쉽지 않은 법이다. ‘그냥 이메일로 하면 안될까?’라는 분들을 ‘익숙해지면 여러모로 효율적일 것이다’라며 일일이 설득했다고. 본인도 그렇고 다들 처음 배우는 도구라 난색을 표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연구자들이 잘 따라주었고, 막상 해보니 이제는 참 편리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이쯤 되면 KIOST의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라 불릴 만한데, 그는 사실 이런 협업 도구를 본인도 아들에게 추천받았다고 귀띔했다.

“아들에게 요즘 나오는 협업 도구 중에 괜찮은 것 좀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몇 가지를 이야기했는데, 너무 어려워서 제가 따로 알아보니 NOTION이라는 도구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니가 전에 이야기한 것들은 너무 heavy한데, 지금 우리 세대는 이런 거 써 본 적도 없고, 새로운 거 배우는 거 너무 힘들거든? NOTION 정도가 부담 없이 딱 좋은 것 같은데 왜 이건 안 알려줬어?’ 하고 따지니까, 본인 회사에서 3년 정도 써보다 지금은 좀 더 복잡하고 정교한 프로그램이 나은 것 같아서 이야기 안 했다는 겁니다. 의문의 1패를 당한 거죠. 하하. 하지만 꿋꿋하게 ‘그래? 그럼 우리도 NOTION부터 입문하면 되겠네’라고 응수했습니다.”
티키타카 하는 아이들, 남편을 배려하는
아내 덕에 행복하고 소소한 일상

아들, 딸에게는 ‘꼰대’에 가까운 아빠라고 하는데, 본인이 좀 고지식한 면도 있고 특히 말이 많아서 설교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센터에서 보고서가 나오면 가장 먼저 보여주고 의견을 구하는 것도 아이들이다. “니들이 볼 때는 어때?” 하고 물어보면, 수학을 전공하고 현재 인공지능(AI) 분야에 근무하는 아들은 보고서 내용 하나하나를 참견하고 따져서 둘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반면, 공연·영상과 심리학을 전공한 딸은 보고서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센터에서 생산한 자료나 사진 등을 유튜브에 올릴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그런 것도 몰라?’하고 투덜대면서도 금방 예쁜 영상으로 만들어 준단다. 항상 티키타카 하면서도 즐겁게 소통하는 아이들은 그가 항상 젊은 감각과 열린 사고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보석 같은 존재다. 크리스천인 그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아내인데, 다니던 교회의 청년부에서 ‘아는 교회 오빠, 동생’ 사이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중학교 보건교사로 근무하며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 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틈이 나면 함께 산책이나 운동을 하며 소소하면서도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가족들이 모두 좋아하는 것이 자연과 함께하는 트레킹인데 4년 전 비행기에 텐트 싣고 캐나다 로키산맥에서 야영하며 함께 걸었던 때가 가장 생각난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에게 특정 진로를 강요하진 않지만, 인간의 삶에 가치있고 보람된 일, 크게 보면 인간과 지구가 잘 유지되게끔 하는 일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일생을 해양학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만족과 자부심이 충만한 것도 이런 이유다. 해양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지금껏 인류가 쌓아 온 지식을 총동원해서 지구를 지켜가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7. 2017년 여름 캐나다 모레인 호숫가에서 (가족 모두 좋아하는 활동이 캠핑과 하이킹이다.)

사진 7. 2017년 여름 캐나다 모레인 호숫가에서
(가족 모두 좋아하는 활동이 캠핑과 하이킹이다.)

“이제 해양학은 바다에 머무를 필요가 없어요. 해양학 자체가 결국은 지구의 물에 대한 연구인데, 그중 가장 크게 차지하는 것이 바다일 뿐이죠. 바다는 기후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인간의 쓰레기나 오염물질까지 모두 받아내어 자연적인 정화작용이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지구의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도록 유지해 줍니다. 지구가 다른 행성과 다르게 살만한 행성이 되게끔 만들어 주는 유일한 요소가 물이고, 그런 측면에서 물을 연구한다는 것은 지구 전체가 어떻게 순환하고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따라 다음 세대가 살아갈 터전이 보전되느냐, 안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에 해양학을 연구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양기후예측센터는 서비스 센터다!
소통의 선순환으로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 제공

그에게 “해양기후예측센터는 000다.”라고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고 묻자, 곧바로 “서비스 센터”라는 답이 돌아왔다. 현재 센터가 보유한 최신의 지식과 도구를 이용해서 최상의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 그리고 연구자들에게 관련 분야를 더 연구해보고 싶다는 동기를 부여하고 자료를 서포트하는 것이 좋은 서비스라는 것이다. 나아가 새로운 연구를 통해 얻은 성과가 다시 동 센터에서 활용되고, 피드백을 통해 또 다른 연구 테마로 제시되거나 아웃풋을 가공하는 선순환이야말로 동 센터가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발전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KIOST 해양(지구)시스템모형 구축 및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모델링 전문가 그룹 꿈꿔

그러나 지금 그에게는 더 큰 꿈이 있다. 지금껏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보다는 그를 필요로 하는 부서를 지원하는, 어찌 보면 약간 수동적인 연구자의 입장을 고수해 왔었는데, 요즘 들어 부쩍 아쉬운 생각이 들더란다. KIOST 역시 40여 년의 역사를 지나왔지만, 정부출연 연구소이자 해수부 관할 체계에 있다 보니, 주체적인 연구보다 주변의 여건을 고려해 타협 또는 포기해야 하는 일도 많았는데, 그중 하나가 KIOST 만의 독자적인 해양(지구)시스템모형을 구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나가는 모델링 전문가 그룹을 조직하는 일이다.

“3차원 순환모델을 연구하는 분이 원 내에 여러분 계시지만 단기적인 연구사업 수행과 특정 모형에 대한 연구자의 숙련도가 달라 공동으로 개발 활용하는 KIOST 모형의 대표 브랜드화가 잘 이루어지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다행히 최근 개발하여 브랜드화한 KIOST 지구시스템모형이 있습니다만 지속적으로 개선, 확장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모델링 연구 그룹이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해양순환-해빙-해양생태계-수산자원 모형들을 연계한 KIOST만의 해양시스템모형을 수립하고 각 요소 모형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연구가 수행되어야 합니다. 이 해양시스템모형을 바탕으로 대기와 육상 모형을 추가로 결합한 지구시스템모형을 운영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 요소모형이 전체시스템모형과 원활하게 결합될 수 있도록 하는 결합자에 대한 공감과 연계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공간적으로는 전지구와 지역기후를 연계하고, 시간적으로는 계절예측부터 장기 기후 전망까지 내다볼 수 있으며, 국내외 연구자들이 시스템모형 결과의 수치 자료까지도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해양기후예측센터가 KIOST 해양(지구)시스템모형의 운영과 서비스를 맡고 모델링 그룹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각 요소 모형 개발과 개선 연구를 수행하여 최상의 상태로 시스템모형을 유지하고 공유함으로써 전 세계 어느 기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성과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는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항상 바다를 들여다보는
꾸준함으로 해양 기후변화 예측의 리더가 되길

현존하는 인류 최대의 난제, 지구의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 그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은 설렘의 또 다른 모습이다. 소년 시절, 남들이 어려워 포기하는 수학과 과학 문제를 풀며 느꼈던 작은 성취감과 희열, 그 기억이 지금도 그의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다. 성공을 위한 답도 그는 알고 있다. 항상 바다를 들여다보는 것, 작은 힘이라도 여럿이 꾸준함을 더하는 것, 그런 노력이 결국 빛을 볼 수 있다고 믿는 그의 앞날에 따뜻한 행복의 빛이 더하길 바란다.

 

 

* 본 기사는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켜 안전하게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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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1-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