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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 Technology

호기심 많은 예술가, 바다를 만나다.

  • 조회 : 73333
  • 등록일 : 2022-12-05
호기심 많은 예술가, 바다를 만나다.
- 제주특성화연구센터 이영득 전문연구원 -


사진 1: 이영득 전문연구원

사진 1: 이영득 전문연구원

인생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수많은 대답이 달린다. ‘모두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지만 사람마다 가는 길이 다르고 도착시간이 다른 여행길’, ‘희비의 쌍곡선’, ‘길 없는 길’.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비유를 들며 인생을 설명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인생을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너무나 평범하고 심심한 시간의 연속인 내 삶을 정의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한 번쯤은 내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며 내 인생을 정의하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오늘 만난 이 사람처럼.

제주특성화연구센터
이영득 전문연구원

취재를 위해 제주연구소 제주특성화연구센터 이영득 전문연구원을 만난 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른 영화 속 대사가 있다. ‘우리 엄마는 항상 말씀하셨지,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고. 네가 무엇을 선택하게 될지는 절대 모르는 일이라고.’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가 한 말이다. 자신만의 정확한 목표가 있고, 성실하게 인생 설계를 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연한 기회로 다가온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의도치 않았음에도 내 길을 정해주기도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가 바다를 지척에 둔 생활을 했음에도 바다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보내고, 결국은 바다를 연구하는 직업을 가지게 된 것도 모두 그런 경우가 아니었을까.

  • 어린시절 아버지, 누나와 함께 이영득 전문연구원
  • 20살 대학교 동아리 엠티에서 이영득 전문연구원

사진2,3: (좌) 어린시절 아버지, 누나와 함께, (우) 20살 대학교 동아리 엠티에서 이영득 전문연구원

예술가를 꿈꾸던 ‘제주소년’의
터닝포인트

이영득 전문연구원은 제주 서귀포에서 태어난 제주 토박이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던 초등학생 이영득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전국 대상을 받아 학교에 플래카드가 걸릴 정도로 실력도 좋았지만, 부모님의 큰 반대에 부딪혔다. 그림을 그리려고 할 때마다 치워버리고 버리기도 하셨다. 당시 시선으로 그림을 그리는 재주는 부와 명예를 보장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부모님 눈에는 온종일 그림을 그리는 아들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전교 10등 안을 드나들던 이영득 전문연구원도 대단했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촌 형들은 전교 1등만 해대서 집안에서는 공부로 명함도 내밀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러니 부모님은 더욱 걱정하셨을 것이다. 그런 그가 해양과학대학을 진학해 해양생물학을 전공하게 된 것은 순전히 성적에 맞춰서였다. 크나큰 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과학에 대한 관심은 어릴 적 귤 농사를 하는 아버지에게 귤 따는 로봇을 만들어드려야겠다 정도의 작은 생각 정도였다. 특히 바다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던 조용한 학생이었기에 다른 친구들과 달리 코앞의 바다에 나가 호기심을 해소하던 그런 기억은 많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군대를 다녀와서 우연히 듣게 된 수업 하나가 그의 인생 방향을 바꾸어놓았다. 심지어 원래 받으려고 했던 수업도 아니었다. 복학하는 과정에서 수강 신청을 늦게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듣게 된 가장 인기 없는 수업. 모두가 듣기 싫어했던 그 수업이 이영득 전문연구원에게는 너무나 재미있었다. 그 수업의 정체는 바로 ‘필수 유전학’. 수업을 듣고 나면 바로 도서관으로 향해 유전학 관련 공부만 주구장창 하다가 집에 갈 정도였다. ‘필수 유전학’ 수업을 담당한 교수님은 ‘해양 생물 분자유전학’ 실험실을 운영하고 계셨기에 그 실험실에서 연구를 배우다 해양 생물 분자 유전학을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되었다. 남들은 꺼리던 수업이 그에겐 최고의 재미를 가져다주었고, 그렇게 예술가를 동경하던 제주 소년은 바다를 연구하게 되었다.

사진4: 길비마리너스 아가릴라이티쿠스

사진4: 길비마리너스 아가릴라이티쿠스

사진5: 히알루로니다아제 억제율

사진5: 히알루로니다아제 억제율

첫 직장 KIOST와
한천의 부분가수분해

제주에 KIOST 연구소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연수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박사과정을 밟아나갔다. 박사 기간에는 전사체를 분석하여 외부 세균이나 병원균이 들어왔을 때 생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기작을 연구하고 양식 산업에서 조절할 방안을 연구했다. 일종의 유전면역학 연구였다. 그 과정에서 주로 연구한 것이 전복과 돌돔. 연구를 위해 구매한 전복과 돌돔만 몇천 마리였다. 실험실 수조에서 전복과 돌돔을 키우며 연구를 계속했다. 그 당시에는 실험에 사용한 전사체에 대한 정해진 처리 매뉴얼이 없었기에 실험에 사용한 후에는 식용하기도 했다. 때문에 전복은 질릴 정도로 먹었다는 이영득 전문연구원. 그래서 지금도 전복은 먹질 않는다며 웃었다. 전복과 돌돔에 둘러싸여 박사과정을 마친 후에는 본격적으로 KIOST 연구원으로의 삶이 시작되었다. KIOST 제주연구소의 중점적인 목표는 ‘해양바이오산업’과 세부 목표로 하는 ‘제주 지역 현안 문제 해결’이 있다. 제주 지역에 문제가 되는 해양 환경 연구, 그리고 제주에서 나는 생물의 고부가가치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최근 이영득 전문연구원은 제주의 특화 자원 중 하나인 한천을 부분가수분해*한 생리활성을 최초로 발표하였다. 한천을 분해하는 해양미생물로부터 한천분해효소를 분리하여 부분가수분해한 한천을 만들고, 부분가수분해한 한천이 피부 보습에 효과적인 히알루론산의 분해를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해당 내용은 해양 의약 분야 국제학술지인 ‘Marine Drugs’에 논문*으로 게재되었다. 한천은 부분적으로 가수분해한 경우, 완전히 가수분해한 한천올리고당*과는 달리 히알루로니다아제를 억제*하는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부분적으로 가수분해한 한천의 효능을 최초로 발견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간 한천은 ‘우뭇가사리’로 단순 가공을 통한 식품으로 활용되었으며, 완전히 가수분해할 경우 다량의 효소를 사용하기에 비용이 많이 소요되어 산업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한천을 분해하는 효소 해양박테리아 ‘길비마리너스 아가릴라이티쿠스’효소 또한 제주 성산의 해조류 서식지에서 채취한 것으로 제주 특성화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가수분해(hydrolysis): 생물체를 이루는 여러 유기화합물들은 여러 개의 단위체가 반복하여 공유결합을 이루고 있는 중합체. 가수분해(hydrolysis)란 이러한 거대분자를 물 분자를 이용하여 분해하는 과정을 말함. 한천은 효소를 통한 가수분해를 한다.
*부분가수분해: 에스테르 결합, 글리코시드 결합, 펩티드 결합 등을 복수개 갖는 화합물에 대하여 온화한 조건에서 반응하여 이들의 결합 일부분만을 가수분해하는 것.
*Marine Drugs 2022년 1월호(논문명: A Novel Agarase, Gaa16B, Isolated from the Marine Bacterium Gilvimarinus agarilyticus JEA5, and the Moisturizing Effect of Its Partial Hydrolysis Products)
*한천올리고당은 우뭇가사리 등 해조류로부터 추출되는 한천에서 얻어지는 당으로, 최근 항비만, 항당뇨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짐.
*히알루론산은 피부, 눈, 관절 등에 존재하는 다당류로, 노화에 따라 그 양이 줄어들면서 피부가 건조해지고 잔주름이 생김. 히알루론산은 히알루로니다아제라고 하는 효소에 의해서 분해되며, 이 효소의 활성을 억제함으로써 피부 보습을 유지하여 노화를 방지할 수 있음.

사진6: 한천 부분가수분해에 관해 설명하는 이영득 전문연구원

사진6: 한천 부분가수분해에 관해 설명하는 이영득 전문연구원

“부분가수분해한 한천은 고형화된 일반적인 한천과 달리 겔화되지 않는 특성 덕분에 재료 가공에 제약이 없어 매우 적은 양의 효소만으로도 부분가수분해한 한천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천을 분해한 한천올리고당을 식품, 화장품, 의약품 등에 이용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대량생산 기술을 확보한 후 KIOST 연구소 기업인 ‘(주)라라잇츠’에 기술을 이전했습니다.”
- 이영득 전문연구원 -
제주인의 제주특성화 연구와
해양바이오산업의 방향

최근 제주도는 구멍갈파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멍갈파래는 해조류의 일종으로 옛날부터 제주도에 서식하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대량서식하지는 않았다. 영양염류 흡수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다른 해조류가 자라는 것을 방해하고, 먹을 수 없는 데다 악취도 심하고 미끈거려 경관을 해치기 때문에 제주도에서는 구멍갈파래를 없애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구멍갈파래가 늘어난 이유로는 ‘지하수 유기물 때문이다, 기후 변화 때문이다’라는 등의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가 제시되고 있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이영득 전문연구원은 이러한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한천과 같이 구멍갈파래를 분해하는 효소를 찾아 가수분해하여 기능성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이슈인 탄소 중립 키워드에 맞춰 생물 발표에 의해서 생산되는 에탄올을 만들 때 CO2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이산화탄소를 해양 미세조류를 배양하는 탄소원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기도 하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개발해가는 연구를 계속하는 이영득 전문연구원의 보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사진7: 제주시 하도리 앞바다에서 해조류를 채취하고 있는 이영득 전문연구원

사진7: 제주시 하도리 앞바다에서 해조류를 채취하고 있는 이영득 전문연구원

사진 8: 해양생물 시료 채집을 위해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이영득 전문연구원(왼쪽)

사진 8: 해양생물 시료 채집을 위해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이영득 전문연구원(왼쪽)

“제주도든 누군가에든 기술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걸 알아내서 사회에 1만큼이라도 이바지했다는 기분이 들 때 뿌듯하죠. 평소 연구를 할 때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시행착오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항상 실패를 겪죠. 그다음에 왜 실패했는지 알아내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잘못된 선택을 할 때도 있어요. 모든 걸 다 잘 할 수 없으니 그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연구를 계속하면서 얻은 나름의 노하우예요. 그렇게 배워가는 거 아닐까요.”
- 이영득 전문연구원 -

해양바이오연구가 거시적으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로, 전 지구상에 있는 생물 중에서 육상에 있는 생물들은 이미 대부분 연구가 이뤄진 점을 꼽는 이영득 전문연구원. 해양에는 육상보다 더 많고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지만 연구가 된 생물은 극소수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양 미생물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배양할 수 있는 건 아직 3%~5%밖에 되지 않는다. 앞으로 더 활발하게 연구가 이뤄진다면 새로운 생물의 발견과 새로운 소재 발견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 그렇기에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연구가 많다. 제주 해양 생물을 더 다양하게 가수분해하여 새로운 소재 개발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심심한’ 삶도
나름의 ‘삼삼함’이 있다.

자신의 길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길을 걸으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때그때 함께한 동료들 덕이라고 말하는 이영득 전문연구원. 특히 제주연구소의 동료들은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가족 같은 느낌이 있어 언제나 도움을 많이 받는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현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팀원들과는 친구처럼 지낸다는 그. 최대한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의견을 많이 물어보고 서로 의견이 달라도 그냥 해보자고 하는 편이라고. 본인도 실패에서 노하우를 발견했듯이 팀원들도 그러길 바라기 때문이다.

  • 이영득 전문연구원이 직접 그린 그림 1
  • 이영득 전문연구원이 직접 그린 그림 2

사진9,10: 이영득 전문연구원이 직접 그린 그림

사진11: 2016년 서귀포시장배 전도탁구대회 단체전 우승 기념촬영 (중앙의 이영득 전문연구원)

사진11: 2016년 서귀포시장배 전도탁구대회 단체전 우승 기념촬영 (중앙의 이영득 전문연구원)

취재를 진행하는 내내 그는 “제 삶이 심심해서 건질만한 내용이 없네요.”라며 미안해했다. 하지만 조곤조곤 설명하는 그의 ‘심심’한 삶은 나름 ‘삼삼’했다. 어릴 적 이루지 못한 예술가의 길을 취미생활로 풀어내기 위해 3년 전 미술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수줍게 본인이 그린 그림을 보여주는데 생각보다 수준급의 실력이다. 그 외에도 제주에서 꽤 오랫동안 탁구선수 활동도 하고 있다. 6부리그에 몸 담고 있는 그는 탁구대회에서 우승, 준우승한 경험이 있을 정도다. 그 외에도 사회인야구 리그에 투수로 활동하기도 하며 예체능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의도치 않은 터닝포인트를 맞아 삶에 변화구가 생겼지만, 자신이 최초로 가졌던 삶의 재미 또한 잃지 않은 것이다. 그가 표현했던 재미없는 심심한 삶이라기엔 다채로운 삶이다. 어릴 적 관심이 있던 예체능 분야에 취미를 두고 흥미를 잃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대단하지 않은가. 꿈꿔온 삶은 아니더라도, 예상했던 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실패를 교훈 삼아 최선을 다하는 이영득 전문연구원. 그가 앞으로 이뤄낼 다채로운 연구가 기대된다.

* 본 기사는 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켜 안전하게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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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2-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