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쓸려간 모래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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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2-04-04
<파도에 쓸려간 모래는 어디로 갔을까?>
바윗돌 깨뜨려 돌덩이
돌덩이 깨뜨려 돌멩이
돌멩이 깨뜨려 자갈돌
자갈돌 깨뜨려 모래알
랄라랄랄라 랄랄라
랄라랄랄라 랄랄라
-동요 ‘돌과 물’ 중
동요 ‘돌과 물’을 보면 모래알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 수 있다. 강물을 타고 바다로 흘러드는 모래알의 여정은 우리가 잘 알고 있지만, 바닷가에 도착한 모래알의 그 이후는 잘 알지 못한다. 파도에 쓸려 간 모래는 어디로 간 것일까?
파도에 밀려온 모래알의 운명
해변에 부서지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모래알의 운명은 참으로 다양하다. 해안에서 파도에 의해 생성되는 해류에 실려 떠다니다가 사주를 형성하기도 하고, 바닷가로 밀려와 해수욕장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폭풍에 의한 큰 파도나 심해 지진으로 해일을 동반하게 되는 지진해파(쓰나미)라도 해변을 덮치는 날이면 해변의 모래알은 이들 파도에 휩쓸려 순식간에 바닷속 깊은 곳으로 말려 들어가게 된다. 그중에는 영영 해변으로 다시 밀려 나오지 못하고 해저 땅 밑에 묻혀 오랜 세월을 보내다가 해저 퇴적물로 굳어지는 것도 있다. 때로는 수백만 년 혹은 수억 년 크기의 지질학적 시간이 흐른 뒤 지각운동에 의해 육지로 솟아올라 거대한 산이 되어 육지로 돌아오는 것도 있을 수 있다.
모래알들은 파도의 세기에 따라 부유 퇴적물로서 바다 쪽에서 해안으로 수중에 뜬 상태로 밀려왔다가 해변에 부딪힌 후, 해저 경사면을 따라 깊은 바다 쪽으로 휩쓸려 나간다. 비행기를 타거나 주변의 높은 지역에 올라가면 물에 떠서 이동하는 모래알의 이동을 관찰할 수 있다. 부유 퇴적물은 해안선에 나란한 방향으로 연안류를 따라 쓸려 가다가 이안류에 실려 연안 바깥 깊은 곳으로 휩쓸려 나간다.
사진1: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 주변에서의 강물과 퇴적물의 유입
파도가 해안선에 비스듬히 접근할 때 <파도의 접근 방향(화살표)과 해안선 방향(점선)사이의 기울기>, 이안류와 연안류의 방향을 나타냈다.
연안류를 따라 움직이는 모래알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올 때는 해안 부근의 바다 밑에서 보통 앞뒤로 왕복운동을 한다. 파도의 왕복운동으로 파도가 움직이는 대로 바다 바닥의 모래들도 같이 앞뒤로 조금씩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파고가 낮고 잔잔한 파도는 해안 쪽으로 조금씩 모래를 퇴적시키는 방식으로 백사장을 넓혀 가는 반면, 파고가 높고 거센 파도는 백사장의 모래를 휩쓸어 나가 바다 깊은 곳으로 한꺼번에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해안을 침식시킨다. 모래가 이동하는 유형을 살펴보면, 보통 세 가지의 이동하는 방식을 보인다. 첫 번째는 해저면을 따라 이동한다. 두 번째는 물속에 떠서 이동한다. 세 번째는 해안에 큰 파도가 밀어닥치면 해저면을 크게 휘저어 모래를 휩쓸어 깎아 내 모래가 바닷물과 뒤섞여 한꺼번에 씻겨 나간다. 또한, 해안선까지 파도가 들락거리면서 바닷모래에 부딪히는 구역에서는 모래가 파도의 움직임을 따라 ‘지그재그’로 이동하기도 한다. 만약 거친 파도에 의해 모래가 수심이 깊은 곳으로 빠져나가 버린 양만큼 이웃한 해변으로부터 연안류에 실려 모래가 밀려와 쌓이지 않으면 그 해변은 차차 침식되어 해안선이 뒤로 물러나게 될 것이다.
사진2: 파도에 의한 모래의 침식과 퇴적
낮고 잔잔한 파도(왼쪽)는 모래를 해변으로 이동시켜 백사장을 넓혀 가고, 높고 거센 파도(오른쪽)는 모래를 깊은 곳으로 휩쓸어 나가 해변을 침식시킨다.
모래언덕의 비밀
매스컴은 점차 사라져 가는 해수욕장의 모래와 해안선 후퇴 현상에 대한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해변에서 일어난 ‘사라지는 해수욕장’의 대부분은 무분별한 해안 개발이 직접적인 원인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때 해변의 모래언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큰 파도와 바람을 완충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데 평소에는 조금씩 언덕을 쌓아가다가 폭풍이나 해일과 같은 특정한 일이 일어나면 후퇴한다. 그 상황이 지나가면 다시 조금씩 쌓여 퇴적될 뿐만 아니라 폭풍이 발생한 동안이나 그 후에 줄어들었던 해수욕장의 모래를 보충해 주기도 한다. 해수욕장과 모래언덕 사이에 모래를 서로 교환하는 것은 그 해안의 지형적 안정과 생태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연 과정이다. 따라서 인공적으로 훼손시키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사진3: 해안의 모래언덕
백사장의 남는 모래를 받아들여 저장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방출하기도 하며, 폭풍 등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완충작용으로 주거지와 해안의 지하수를 보호한다.
모래알, 긴 여정의 마침표
해수욕장의 모래알들은 저 멀리 육지의 깊은 산속 계곡에서부터 하천을 따라 풍화작용을 받으며 흘러내려 와 바닷가에 정착하는 긴 여행을 거쳤지만, 바닷가의 모래밭도 영원한 안식처가 아니라 다시 파도에 이끌려 새롭고 긴 여행을 떠나게 된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연안류에 휩쓸려 좌우로 또는 상하로 이리저리 떠밀려 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폭풍과 같은 큰 파도에 휩쓸려 깊은 바닷속으로 내동댕이쳐지기도 한다. 심해 깊은 곳에 파묻혀 길고 긴 시간이 흐른 후 화산활동이나 지각운동으로 해저 지면이 육지로 솟아오르면 모래 암석이 되어 다시 육지로 올라온다. 그리고 다시 풍화작용을 겪으며 바다로 나가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출처: ‘파도에 춤추는 모래알’ / 전동철 지음 /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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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수정일 :
-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