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에도 싱크홀이 있다   

전 세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지형을 찾아볼 수 있다. 바닷속에도 마찬가지로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지형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바닷속의 싱크홀’이자 ‘지구의 구멍’이라 불리는 ‘블루홀(Blue Hole)’은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자연 경관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블루홀은 육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싱크홀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이유로 지반이 무너지거나 꺼지게 되어 마치 지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보이는 지형을 일컫는다.

그동안 많은 탐험가들이 블루홀을 조사하여 그 생성 이유를 연구했지만 아직 어떻게 심해에 이토록 거대한 구멍이 생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설득력 있는 견해는 기존에 있었던 해저 동굴이 붕괴되거나 해저 암석이 용해되면서 바닷속 한 곳이 움푹 패여 둥근 모양의 블루홀이 만들어졌다고 추측하고 있다.

<사진 1> 중앙아메리카 밸리즈 해안의 그레이트 블루홀(Great Blue Hole)
출처: wikimedia commons

현재 많이 알려진 블루홀에는 그레이트 블루홀(Great Blue Hole), 딘즈 블루홀(Dean’s Blue Hole), 이집트의 다합 블루홀(Dahab Blue Hole) 등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그레이트 블루홀(<그림 1> 참조)은 폭 300m, 깊이 124m로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 현재 발견된 가장 수심이 깊은 블루홀은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에 위치한 룽둥 블루홀이며 수심이 무려 300m에 달한다. 이와 같은 엄청난 깊이를 증명하듯 블루홀은 주변의 바다색과는 달리 검푸른색을 띄고 있다.

다양한 블루홀의 구조   

블루홀의 구조는 위아래로 기다란 원통형 모양, 동굴 모양 등 매우 다양하다. 바하마 제도에 위치한 딘즈 블루홀(<그림 2> 참조)은 입구가 좁은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거대한 텅 빈 동굴인 공동이 나오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블루홀의 깊은 위치에서는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다이버가 아래쪽으로 내려갈 때는 비교적 쉽지만 다시 올라올 때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실제로 블루홀은 ‘다이버들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지난 2000년 4월 28일에 다이빙 강사였던 유리 립스키(Yuri Lipski)가 이집트 다합의 블루홀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블루홀의 위험성이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림 1> 웨슬리 C. 스카일스(Wesley C. Skiles)의 그레이트 블루홀의 파노라마 사진
출처: National geography

또 바하마의 가디언 블루홀(Guardian Blue Hole)의 단면도(<그림 3> 참조)를 살펴보면 펼쳐진 수중 동굴이 마치 개미굴처럼 양쪽으로 뻗어 나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대지가 석회암 등의 물에 녹기 쉬운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어 빗물 등에 의해 용식되어 생성된 지형으로 이러한 지형을 카르스트(karst) 지형이라고 한다. 가디언 블루홀은 동굴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어 지표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석회암 침식으로 인해 싱크홀이 형성되면서 지각 변동이 일어났을 때 그 영향으로 해수면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때 싱크홀과 동굴 구조 안으로 바닷물이 채워지며 블루홀이 형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블루홀 속의 역동적인 구조물   

그렇다면 블루홀 안의 수중 동굴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미국의 수중 사진작가인 웨슬리 C. 스카일스(Wesley C. Skiles)의 그레이트 블루홀의 파노라마 사진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석회 동굴에서 발견되는 종유석과 석순과 같은 구조물을 선명히 볼 수 있다. 이 사진에서 잠수부의 모습을 지우면 마치 일반적인 석회 동굴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는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 2> 웨슬리 C. 스카일스(Wesley C. Skiles)의 그레이트 블루홀의 파노라마 사진
출처: National geography

블루홀 속에는 어떤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블루홀은 지난 수백만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빙하기를 거치며 형성된 지형이다. 그리고 아직 내부의 수많은 수중 동굴 또한 미지의 공간이다. 그래서 우리가 지상에서 보지 못한 아름다운 경관은 물론 각종 희귀한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사진 3> 모테해양연구소 선임과학자 짐 컬터(Jim Coulter) 연구원이 블루홀에서 발견한 멸종위기종인 작은이빨톱가오리의 사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종의 생물이 있을 가능성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16년에 발견된 룽둥 블루홀의 상층부에서는 20여 종의 새로운 해양 생물이 발견되었다.

이와 같이 미지의 공간에 대한 신비로움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우주 공간에 신기한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처럼 바다에는 미지의 공간인 블루홀이 있는 것이다. 블루홀은 자연의 신비와 다이버의 목숨을 앗아가는 공포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꾸준히 조사하고 있지만 좀처럼 의문이 풀리지 않는 비밀을 가지고 있어 더욱 아름다운 것은 아닐까.

출처: 내셔널지오그래픽 / 미국해양대기청(NOAA) / 서울신문. <‘바다의 싱크홀’…세계에서 가장 깊은 블루홀은?> / 사이언스온. <바닷속 은밀한 세계 블루홀> / 사이언스타임즈. <인간과 함께 한 물의 신비(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