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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 Technology

내가 선택한 나의 길

  • 조회 : 110063
  • 등록일 : 2022-06-07
내가 선택한 나의 길
- KIOST 관할해역지질연구단 강정원 단장 -


KIOST 관할해역지질연구단 강정원 단장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는 유명하다. 한 사람이 가을날 숲속을 걷다 두 갈래 길을 마주해 고민 끝에 사람이 적게 지나간 길을 택했고, 이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인생에서 선택의 중요성, 결코 그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다른 기회를 포기했던 일에 대한 회한에 관해 소박하지만, 인상적으로 다루고 있는 명시로 알려져 있다. 여기 KIOST에 남아있기까지 선택해야 했던 한 사람을 만나보았다.

관할해역지질연구단 단장이 되다

강정원 책임연구원은 2020년 7월부터 관할해역지질연구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연구단은 해양 지질 분야에서는 우리나라 국가 R&D 사업 중 대표적인 사업을 진행했다. 1990년 후반부터 진행한 ‘관할해역 해양 지질 및 지구조 연구’ 사업을 최근 무사히 연구를 완료했다. 관할해역지질연구단은퇴적학, 구조지질학, 퇴적물 지화학, 지구물리학 등 다양한 학문을 종합하여 관할해역 내 해양 지질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쉽게 말해 바닷속 땅은 무엇이 쌓여 만들어졌는지, 그 아래는 어떻게 생겼는지, 바다로 유입된 물에 문제는 없는지, 지하에 자원은 없는지, 지진이 일어날 만한 단층은 없는지 등에 관해 연구하는 것이다. 14~16년에는 관할해역 관련 국가적 정책 지원을 위한 해양과학조사로써 해양 지질분석 자료를 확보하는 것에 집중했다. 서해중부(군산 분지) 지역 대륙붕 퇴적환경에 대해 알게 되었고 층서도를 작성할 수 있었다. 16~21년에는 대륙붕 해성층의 탄성파층서 구조에 대한 이해를 중점으로 대륭붕 퇴적체 구조도를 만들고, 3차원 고해상 탄성파탐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남서해와 북동 중국해 지구조를 해석하고 탄성파-시추자료 층서 복원도 진행했다. 특히, 2019년 9월에는 북동 중국해 대륙붕서 퇴적물 101m를 코어링하는 데 성공했다. 코어링(coring)은 해저면에서 긴 퇴적코어를 채취하는 기구인 '퇴적층 비파괴 시추기'를 이용해 해저면의 퇴적물, 퇴적구조, 입도 변화 등 퇴적상을 알기 위해 주상 퇴적물 시료를 채취하는 연구 방법이나 장비를 의미한다.

사진1: 북동 중국해 대륙붕 시추 위치

사진1: 북동 중국해 대륙붕 시추 위치

사진2: 해양 시추선 앞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사진2: 해양 시추선 앞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이 사업의 중심이 되는 대륙붕은 대륙 주변부에 분포하는 수심 200m 이내의 얕고 기복이 적은 평탄한 해저지형을 말한다. 과거의 지형과 퇴적물에 현재의 침식·퇴적작용이 겹친 지역으로, 석탄·석유는 물론 각종 지하자원이 부존된 높은 경제적 가치로 주목받고 있다. 해저퇴적물의 코어링은 10m 정도가 일반적인데 연구단은 101m 연속 코어링에 성공한 것이다. 해당 지역은 우리나라의 해역이지만 한·중·일의 관심을 받는 북동 중국해에 속한다. 이 지역 대륙붕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밝혀 해당 해역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바다 밑을 연구하는 일은 쉽지 않아 수많은 기술과 장비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3차원 탄성파탐사 시스템도 그중 하나였다. 탄성파탐사는 인공 지진파를 이용해 지층 내부 구조를 알아내는 탐사 방법이다. 물질의 특성에 따라 지진파의 이동 속도가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해 지층 구조를 파악한다. 퇴적암 지형에서는 퇴적물이 층층이 쌓여 형성되므로 각 층의 경계면에서 신호가 반사되어 기록될 수 있다. 우리나라 관할해역에 적합한 3차원 탐사 장비를 구축하고 지구 물리·지질 자료를 이용한 우리나라 관할해역의 해저 공간 지질정보를 구축하고 인공지능 기반 퇴적층서 및 지구조 운동을 해석할 수 있게 된 점에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사진3: 탄성파탐사 현장 및 설명

사진3: 탄성파탐사 현장 및 설명

사진4: 연구단의 사업에 관해 설명하는 강정원 책임연구원

사진4: 연구단의 사업에 관해 설명하는 강정원 책임연구원

“이러한 연구의 중요한 이유는 영토의 활용 및 보존을 위한 정책 수립이라고 볼 수 있겠죠. 과학적인 근거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순수한 과학적 연구 목적도 있습니다. 과학적인 측면에서는 대륙붕의 발달을 알고 대륙이 어디까지 연장되어 있는지, 대륙붕이 몇십만 년 전부터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에 대한 과학적인 호기심이 있겠죠. 정책적인 측면에선 대륙붕의 광물 자원, 가스 자원 같은 자원 측면에서 탐사가 필요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추가로 경제적인 측면, 안보적인 측면에서도 볼 수 있겠죠. 연구한 데이터가 많을수록 근거가 쌓여 우리에게 유리할 테니까요.”

‘관할해역 해양 지질 및 지구조 연구’ 사업은 21년에 종료되었고 앞으로 이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다.

사람을 치유하는 바다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그답게 최근에 시작한 연구는 해양 치유자원 발굴에 관한 것이다. 해양 치유자원이라는 소리에 ‘해양쓰레기로 더러워진 바다를 재생하고 정화 시키는 사업’이냐 되물으니 정말 사람을 ‘치료’할 때를 말하는 ‘치유’였다. 해양 치유산업이 생소해 찾아보니 완도군에서 진행하는 해양 치유산업이 있다. 고운 모래밭에서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요가, 필라테스, 노르딕워킹을 즐기며, 다시마 찜질과 모래찜질을 경험할 수 있고 해조류를 활용한 식품을 섭취하는 등 해양 치유프로그램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바다의 물리적 자원인 바닷물, 모래, 진흙, 소금, 해양 동식물 등과 환경적 자원인 공기, 풍광 등 해양 치유산업에서 과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연구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해양요법을 산업화해 해양 치유센터를 개소하기도 했고, 독일에서는 1793년 해양 치유단지가 건립돼 현재 350개가 조성되어 있기도 하다. 해양 치유자원은 크게 해수, 해양 광물 자원, 해양생물자원, 그리고 해양기후 및 경관자원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강정원 책임연구원은 이 중에서 광물 자원과 기후 자원에 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광물 자원에는 머드, 소금, 해사나 피트 물질들이 있다, 미네랄 성분이나 유기 성분들에 관해서 연구해 사람들 건강 치유에 유용하게 쓰이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미 역사가 깊은 유럽에서는 마시거나, 피부에 바르거나, 미용 제품이나 의약품 등에 활용되고 있는데, 국내는 머드로 유명한 보령을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쉽다. 기후자원으로는 국내에는 아직 생소하지만, Bio-Climate로 해양기후의 특성을 분석하여 치유에 적합한 야외활동 기후환경 조건,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5: 치료와 치유의 차이점

사진6: 태안군 천리포 수목원 토양특성

사진6: 태안군 천리포 수목원 토양특성

사진7: 해양 치유자원 피트(토탄) 발굴 현장에서

사진7: 해양 치유자원 피트(토탄) 발굴 현장에서

그뿐만이 아니다, 사실 강정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호 취재에서 두 번 만났다. 앞서 미세먼지 워크숍에서 드론을 활용해 미세먼지 농도 관측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일기예보를 확인하면서 미세먼지 농도와 수치를 체크 해 볼 정도로 미세먼지에 대한 이해가 있지만, 강정원 책임연구원이 처음 대기 화학을 연구할 때만 하더라도 미세먼지에 대한 인식은 거의 전무했다고 한다. 대기가 중요한 물질 공급원이지만 얼마큼 해양에 들어오고 나가는지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박사 과정 당시 지도교수님과 선배의 추천으로 대기에서 생긴 물질이 해양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해양화학, 퇴적물 화학, 대기화학

진행한 연구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니 강정원 책임연구원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지질연구에 참여하기도 했다가, 미세먼지 대기 연구에 등장하기도 하고, 관할해역 해양 지질 연구를 설명하기도 했다. 연구하는 분야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강정원 책임연구원은 차분히 답했다. 대기에 떠 있는 물질들은 언젠가는 내려앉는다. 그 물질은 해양에도, 대지에도, 대지의 강에도 유입이 되어 또다시 해양으로 흘러든다. 그리고 생물들이 흡수하고, 내보내기도 하며 순환되다가 퇴적물로 쌓이게 된다. 궁극적으로 전체적으로 순환되는 해양 지화학적 순환을 연구하는 일이라 설명했다. 대기와 해수, 퇴적물까지 화학성분을 분석하고 연구를 하는 것. 그중에서도 주로 원소 성분을 연구한다고 말했다.

“해양 연구를 하면서 해수, 대기, 퇴적물까지 하리라곤 생각 못 했습니다. 해수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박사 과정 시절 대기 연구를 시작했고, KIOST에 들어와서 퇴적물 연구를 시작했어요. 제가 늘 새로운 분야를 접하게 되더라고요. 상황이 그렇게 되면 그 상황을 쫓아가려고 하면서 저의 것으로 흡수하려고 하는 욕심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뭐든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인데 연구할 땐 도움이 많이 됩니다. 논문을 쓰려면 그 끝을 봐야 해서 끊임없이 논문에 대해 생각하고 그다음 써야 하는 걸 고민해요. 그런데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아니더라고요. 어느 날 어떤 교수님과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갑자기 멍하니 계셔서 왜 그러시냐 물어봤더니 논문 글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게 직업병이 아닐까 생각해요. 다 비슷하더라고요.”
내가 선택한 나의 길
“제 인생은 밋밋하고 별로 재미가 없어요.” 그렇게 말한 강정원 책임연구원에게도 인생의 중요한 순간은 있었다.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순간이었다. 석사 과정을 마치고 1997년에 KIOST에 입사했을 당시였다. 고등학교 때 진학 상담을 한 선생님의 추천으로 해양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고, 지도교수님의 칭찬과 재미난 연구에 마음이 뺏겨 석사과정까지는 마쳤는데 박사 과정에 대해서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박사부터는 직업이 되기 때문이었다.
“먹거리로 할 수 있을까. 결혼도 안 했지. 친구들은 직장 다니면서 자리 잡아가는데 경제성, 사회성 그런 모든 것들을 오로지 제 몫으로 감당해야 하니까 그게 힘들었던 부분이죠. 아마 제가 박사 공부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일반 기업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석사를 졸업하고 2~3년 늦게 박사 과정을 시작했어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해양학을 가르치는 교수님들도 한 번쯤은 거쳐가는 곳으로 유명한 큰 기관인 KIOST에 취직을 하니 저도 한 번쯤 있어 보고 싶은 연구기관이더라고요. KIOST에 남아 연구를 계속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박사 과정을 시작해서 2000년대는 온전히 학교에 갇혀 살았다고 할 수 있죠. 교수님 눈치 보면서요 (웃음)”

사진8: postdoc 시절 출장 간 일본에서 강정원 책임연구원

사진8: postdoc 시절 출장 간 일본에서 강정원 책임연구원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위치가 높은 직업도 아니고 개인적인 명예가 높아지는 직업도 아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연구를 하면서 주변 동료들과 동지애도 느끼고, 경쟁심도 느끼면서 여러 전공을 접하고 외국의 석,학사들도 만날 수 있던 네트워크가 강정원 책임연구원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볼 수 있는 힘을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 인생에 있어서 글, 책으로 뭔가를 남길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점이 이 일의 보람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며 슬쩍 은퇴 후의 계획을 말해주는 강정원 책임연구원. 우리나라 동해, 서해 그 해역의 지화학 부분을 정립해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결론을 내기보단 20~30년 자료를 모아 책이든 두꺼운 파일이든 물질적인 것으로 남기는 일. 책이나 논문을 쓰는 일을 또 하나의 보람으로 꼽았던 그 다운 말이었다. 연구 주제를 택해서 아이디어를 내거나 찾아내고 하나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 논문이다. 그게 저널에 받아들여지고 발표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쌓아가는 과정이 연구자의 길이 아닐까. 쌓아가는 재미를 스스로 만들어 내려고 하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강정원 책임연구원. 그의 논문에 대한 진심에 장난삼아 물어보았다.

‘힘든 현장 조사 vs 논문이 제대로 써지지 않는 실내 연구’ 어떤 걸 선택하겠냐고. 괴로워하며 고민하던 그는 결국 힘든 현장 조사를 선택했다. 어떤 것이든 논문으로 남기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라며 차라리 몸이 힘들고 말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동해 수심 3,000m 아래로 컵라면 컵을 넣었다가 끄집어내 쪼그라진 컵을 눈으로 확인한 경험, 퇴적물을 채취하러 간 그 힘든 갯벌에서 방송 취재를 나온 카메라맨이 ‘다시 한번 해주세요’ 하는 말을 들었을 때의 감정 이러한 것들이 누구에게나 쉽게 생길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냐며 일반 기업에 다녔더라면 못 느꼈을 것들이라며 강정원 책임연구원은 웃으며 말했다. 밋밋하고 재미없다고 말하는 그의 인생 이야기를 즐겁게 들으며 앞으로도 그가 낼 다양한 연구의 논문들이 궁금해졌다.

* 본 기사는 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켜 안전하게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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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2-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