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저서생물들의 지하미로 은신처, 서식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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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1-08-02
갯벌에 사는 게나 갯지렁이, 조개와 같은 생물은 포식자가 나타나거나 자연적으로 위협적인 상황에 놓이면 어디로 도망치고, 몸을 숨길까? 갯벌을 걷다 보면 이름도 알 수 없는 작은 게들이 열심히 개흙을 먹고 콩알 모양의 흙뭉치나 흙더미를 만들어내거나, 사람이 접근하기도 전에 재빨리 구멍으로 피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퇴적물 속에 구명(굴)을 파고 자신들만의 독특한 집을 지어 생활한다.
저서생물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안전을 지켜주는 서식굴
서식굴이 가지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점을 살펴보자. 첫 번째는 썰물이 되어도 굴속에 고인 물이 생물의 몸을 촉촉하게 해주고 산소를 공급해서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 두 번째는 포식자로부터 안전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세 번째는 굴속에서도 먹이활동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굴속으로 바닷물이 드나들면서 퇴적물 속의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엄청난 길이와 표면적으로
많은 바닷물 함유 가능
한 예로 시화호 갯벌에 서식하는 저서동물 중 큰 서식굴을 가진 종으로 가재붙이와 흰이빨참갯지렁이가 있다. 가재붙이의 경우, 다 자란 성체도 몸길이가 10cm 보다 작다. 이 생물이 만든 굴은 여러 층의 빌딩 모양으로 생겼으며, 갯벌 표면으로부터 퇴적물 속으로 142cm 깊이까지 내려가고 길이가 총 840cm나 되었다. 갯벌 표면적 1㎡에 가재붙이가 만든 퇴적물 내 굴의 표면적은 최대 104㎡에 이르며, 수십 리터의 물을 담을 수 있다. 이는 갯벌이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지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림 1. 가재붙이의 서식굴
그림 2. 쏙의 서식굴
유기물의 분해를 돕고
바다의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자연의 선물
생물이 만든 서식굴은 산소를 퇴적물 깊숙한 곳까지 공급해 유기물이 분해될 수 있는 범위와 깊이를 넓혀준다. 과거엔 대부분 버려진 땅으로 인식되던 갯벌이 이제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하수처리장과 같은 기능을 하는 자연의 선물로 평가받고 있다.
출처 : [시화호, 새살이 돋다], 2020, 지성사, 김경태, 이민형, 이재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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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