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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 Technology

해외 해양생물자원 개발, 어디까지 왔나?

  • 조회 : 5578
  • 등록일 : 2015-07-31
해외 해양생물자원 개발 어디까지 왔나.pdf 바로보기

인류는 가장 성공적으로 환경에 적응한 종 중 하나다. 현재도 인류의 영역은 계속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대가는 만만치 않다. 지구 전체에서 생태계가 훼손되는 한편 생물다양성도 줄어들고 있다. 지금을 ‘인류에 의한 대멸종’의 시기로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다행히 국제사회는 이러한 상황에 손을 놓고만 있지는 않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생물다양성협약(CBD)을 채택했다. 현재 우리나라와 EU를 포함한 총 193개국이 CBD를 현재 비준한 상태이다.
CBD의 목표는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생물다양성의 구성요소를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며, 생물유전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되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02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4차 CBD 당사국총회에서 생물자원에 대한 접근 및 이익공유(ABS)의 절차를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채택되었고, 2010년 나고야에서 ABS의 구체적 이행을 위해 나고야의정서(Nagoya Protocol on ABS)가 채택됐다. 전문과 36개의 조문, 금전적·비금전적 이익의 종류를 명시한 부속서로 이루어진 나고야 의정서는 50번째 국가가 비준한 날로부터 90일 이후에 발효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2014년 7월 12일 우루과이가 50번째로 나고야 의정서를 비준한 이후 평창에서 열린 제12차 CBD 당사국총회 기간 중인 10월 12일에 발효되었다. 2015년 8월 현재 총 59개 국가가 비준하였으며, 우리나라는 현재 미비준 상태로 2016년까지 CBD 의장국의 지위를 가지지만 나고야의정서 당사국회의에는 옵저버 자격으로 참석이 가능하다.

 

 

생물자원의 연구·개발·이용에 CBD와 나고야의정서 발효가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생물유전자원에 접근하려는 경우, 생물유전자원의 원산지 국가로부터 사전통보승인(PIC)을 받아야 하고, 생물유전자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공유는 상호합의조건(MAT)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생물자원 이용과 관련된 국가의 역할이 커졌으며 이는 생물자원이나 생태계에 대한 과학연구활동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왜 생물자원 연구를 해외에서? 
생물자원을 연구하는 목적은 생물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화합물 중 유용한 것을 찾아내는 데 있다. 천연물, 또는 2차대사산물(secondary metabolite)로 부르기도 하는 이 물질들을 여러 형태로 가공하거나 정제해서 의약, 식품 등의 소재로 다양하게 활용한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화합물 분석 기술이다. 단시간에 화합물을 분석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생물자원 탐사 연구 방법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효율 활성검색(HTS) 시스템이 가장 대표적인 예로, 이는 자동화된 로봇 시스템을 활용하여 수천 종에 달하는 화합물의 생리활성을 수시간 내에 검색하고, 이로부터 얻는 정보를 컴퓨터로 처리하여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을만큼의 짧은 시간 안에 화합물을 분석할 수 있다. 화합물의 대량, 고속 분석방법이 확보된 이상 생물소재 개발의 성패는 다양한 생물 시료(화합물 또는 생물 추출물)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생물자원 탐사 연구에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이 높은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종마다 다른 천연물을 보유하므로 생물다양성을 확보하면 자연히 천연물도 다양하게 얻을 수 있다. 둘째,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생존을 위한 종 간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 서식하는 생물로부터 생산되는 화학적 방어 수단인 천연물은 양과 다양성 면에서 탁월하다.
해양생물은 육상생물과 비교하여 함유하고 있는 천연물의 화학적, 생물학적 특성이 다르고, 생물에 대한 접근성이나 채집 기술의 제약이 있다. 이 때문에 자원량에 비하여 현재까지의 연구개발 정도가 육상생물에 비해 낮다. 게다가 열대 해역은 생물자원의 품질과 양에 비추어 주로 과학적 연구개발 역량이 제한된 개발도상국이거나 군소도서국에 속해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 개발 성과가 미미하다. 천연물 생물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 나고야의정서 발효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즉,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다양한 지역에서 체계적으로 해양생물자원을 확보하고 관리·분석하여 천연물 연구의 지평을 넓히고, 이에 기반하여 천연물 산업을 촉진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KIOST 연구의 현주소 
2009년부터 해양수산부는 ‘해양생명공학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서 ‘해외해양생물자원개발 및 활용기반구축’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하 KIOST)의 주관으로 5년 동안 진행된 1단계 사업을 통해 마이크로네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통가, 중국, 칠레, 방글라데시, 러시아, 미국, 브라질, 페루, 스리랑카 등 16개국 이상에서 동물 및 식물 4,147종, 미생물 6,547주를 확보하였다. 확보된 생물로부터 6,000여 종의 추출물을 제조하여 항균활성이나 세포독성과 같은 기초 생리활성에 대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또한 추출물 분주를 국내의 다양한 관련 전문연구기관에 분양해 주고 그 성과를 수렴하는 등 해외 생물자원 개발 연구클러스터를 구축,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2단계 사업은 해외 해양생물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확보된 해양생물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하는 한편, 자원활용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국제적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KIOST는 생물다양성이 높은 해역에서의 생물자원 확보, 확보된 생물자원의 분류 및 동정, 안정적인 자원 공급을 위한 해외 연구거점 및 국제공동연구체계 확립, 해양생물자원의 국가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 해양생물 및 미생물 배양액 추출물 라이브러리 구축, 추출물의 기초활성 검색 정보와 화학분석 정보 확보 및 이를 통한 생리활성 천연물 확보, 유용 천연물 및 유도체의 안정적인 공급체계 확보 등을 해 나갈 예정이다.


나고야의정서에 남은 논쟁의 불씨
나고야의정서가 생물자원 연구를 촉진하는 계기를 낳긴 했지만, 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갈등도 있다. 가장 핵심적인 대립 구도는 생물자원 소재국, 주로 개발도상국(이하 소재국)들과 이를 연구·개발·이용하는 선진국(이하 이용국)들 사이에서 형성되어 있다. 실제 비준에 있어서도 소재국들은 적극적이었으나 EU 및 일부 유럽 국가(덴마크, 스웨덴, 스위스)를 제외한 이용국들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대립구도와 관련한 주된 쟁점 사항은 의무사항의 이행 준수 방식, 의정서 적용 시점과 대상, 이익공유 방식, 다자간 이익공유체계의 수립 등과 관련된 것이다.
또한 적용범위에 있어서의 쟁점은 적용대상에 파생물을 포함할 것인가의 여부이다. 조약에서는 파생물이 ‘생물자원의 유전자가 발현되거나 대사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화합물’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추출물과 천연물을 포함한다. 이용국은 파생물에 대해 자원 제공자와 이용자 간의 상호 협의에 의한 이익공유를 주장하는 반면, 소재국은 파생물을 포함한 모든 생물유전자원을 나고야의정서의 적용 범위에 포함하여 생물자원 사용료와 더불어 파생물에 대해서도 공동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익공유의 이행을 보장하는 가장 핵심적인 절차인 의무준수 체제에 있어서도 이용국과 소재국 사이에서 입장 차이가 크다. 나고야의정서 제15조에서는 당사국들이 자국 관할권 내의 생물유전자원 이용이 PIC와 MAT에 의한다는 것을 규정하기 위해 ABS 법규에 따라 비준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적절한 입법·행정·정책적 조치를 취해야 하고, 관련법규 위반 사례 시 협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소재국은 국가의 이행 책임을 확대할 것을, 이용국은 국가 개입을 최소화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생물자원의 접근 방법 및 절차와 관련하여서는, 소재국의 경우 접근 절차 마련에 소극적이고, 과학연구활동, 인간 또는 동·식물의 건강을 위협하는 긴급사태 등 특별고려사항(제8조)에 대해 간소화된 접근 절차를 마련하는 데에 있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이용국은 투명한 접근절차의 마련, 접근자에게 관련 정보의 충분한 제공, 특별고려사항에 대한 예외적인 절차 마련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해양생물자원의 경우 해양이라는 환경의 특수성으로 인해 나고야의정서 조항의 해석과 이행에 있어 몇 가지 추가적인 논쟁이 존재한다. 먼저, 대륙붕에 존재하는 해양생물자원에 대해서 나고야의정서의 적용여부가 불명확하다. 2007년에 열린 CBD의 ABS 작업반회의는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대륙붕에 존재하는 생물자원들을 나고야의정서의 적용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결정하였지만, 이는 EEZ까지 국가관할권으로 인정하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서 지정하는 바와 상이하여 현재 국가마다 다른 방침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국제 갈등, 어떻게 해결할까
 
이러한 갈등을 해결한 사례로 미국의 생물다양성국제협력그룹(ICBG)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이는 여러 정부기관의 재정적 지원과 기업으로부터의 매칭 민간 재원으로 추진한 열대 생물자원 탐사 사업이다. CBD가 채택되었던 1992년에 시작하여 나고야의정서 발효 직전인 2013년까지 총 19개의 세부 프로그램들이 운영되었는데, 목표는 새로운 의약소재의 발굴,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함께 생물자원 소재국의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이었다. 미국 대학과 연구기관의 천연물 연구자들이 각 세부 프로그램을 총괄하면서 열대 저개발 국가별로 생물자원을 확보하여 분석하였다. 또한 생물다양성 감소의 문제가 국가적 빈곤의 문제와 관련이 되어있다는 인식 하에 소재국의 경제발전 지원을 제공하였다. 주로 소재국 전문인력에 대한 교육, 교량이나 학교 등의 사회간접자본 시설 건립 등이다.
수 백여 종의 신규 생리활성 천연물을 발굴하는 등 향후 생물자원 유래 소재개발 연구의 기술적 기반을 다진 것은 ICBG 프로그램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특정 세부 프로그램에서 사업 주체와 토착민 간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였으나, 대부분의 세부 프로그램들에 있어서 소재국 별로 각각 신뢰 구축이 이루어졌으며 나고야의정서 발효 상황 하에서 열대 생물자원 탐사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향후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방안 수립에 있어 참고할 만하다.

CBD 및 나고야의정서와 관련한 핵심 쟁점들이 정리되고, 당사국들이 관련 제도를 정비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연구활동에 제약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한 상황은 생물자원 활용에 걸림돌로 작용하여, 이용국과 소재국을 막론하고 인류 전체에 막심한 손해를 끼칠 수 밖에 없다. 이용국의 입장인 우리나라는 남동아시아와 남서태평양 도서국들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KIOST의 천연물 연구 역량이 소재국들이 보유한 특이 생물의 잠재적 가치를 극대화하도록 개별 국가와의 접촉을 통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련 법안을 정비함이 필요하다.

 

 

| 해외생물자원연구센터 이연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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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21-02-17